빛의 승리
빛의 승리
  •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 양업고 교장
  • 승인 2021.05.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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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 양업고 교장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 양업고 교장

 

푸른 숲이 된 양업 교정의 꽃 잔치는 이제 장미의 차례로 배턴이 이어졌다. 정열적인 사랑을 드러내는 붉은 장미,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하얀 장미, 눈길을 따뜻하게 하는 노란 장미가 피었다. 숲 속 장미 정원을 거닐다가 온갖 새들의 합창 속에 어우러진 뻐꾸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울지마 톤즈'와 부활'의 이태석 신부는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라는 책에서 말한다.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삶의 여정은 맨발로 장미 덩굴을 걷는 것과 같다.'라는 돈 보스코 성인의 말이 떠오른다. 청소년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사는 삶은 겉으로 보기엔 장미꽃과 같은 화려한 삶처럼 보인다. 그러나 장미꽃에 감추어진 가시들처럼 항상 따르는 크고 작은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그들과 함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또 그에 필요한 인내심이 있지 않으면 그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가시들 때문에 생긴 발바닥의 굳은살 덕에 미래의 험난한 정글을 그들과 함께 쉽게 헤쳐나갈 수 있기에 가시처럼 많은 어려움 또한 감사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양업고의 청소년 장미들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이후 생태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하늘, 땅, 물, 공기 등은 최근 여러 담론의 키워드가 되었다. 이런 대자연의 키워드 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태양이다. 태양보다 더 위대한 하느님의 창조물이 있겠는가? 태양의 본질은 따뜻한 빛과 열을 주는 것이다. 지금 그 빛과 열을 받을 수 없다면 우리는 당장 살 수 없다. 우리가 태양 아래 있든, 혹 그것한테서 멀어지든, 태양의 빛으로 주위를 가득 차게 하든 혹은 그 빛의 감각을 차단하든 상관없다. 태양 그 자체는 결코 변함이 없다. 우리는 `태양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믿음 속에 산다.

성경 안에서 빛이란 그저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빛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빛이기도 하다. 하느님 자신이 빛이시다. 성경에서의 빛은 행복, 사랑, 평화, 질서 등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빛의 반대는 어둠과 죄악 등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다. 동양적으로 말하면 음양이다. 음은 어둠에, 양은 빛에 해당한다. 그리스 철학에서는 카오스와 코스모스이다. 혼돈이라는 어둠의 카오스 상태로부터 질서 정연한 빛의 코스모스 상태로 표현된다.

부디 태양 같은 우리 젊은이들이 밝고 맑은 사랑의 빛을 받고 자라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어둠과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창 여중생 자살 사건이 가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사회적 참사가 없기를 바란다.

수도자(독수자)들은 자신들의 공격적 성향, 무의식적인 욕구와 억제된 열정으로 오염되지 않기 위해 동시에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 고독한 사막으로 간다. 마음 안의 영성적, 감성적 환경을 보호한다. 그들은 인간이 하는 갖가지 말과 행동이 타인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안다.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표출할 때 또 선입견을 퍼뜨릴 때, 인간 환경이 독물로 오염됨을 잘 안다. 이런 오염이 자연 생태자원의 오염만큼 해롭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릴 정도로 가정과 회사, 그리고 사회의 감정 환경이란 것이 혼탁하다. 자연환경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내부 안에도 한줄기 개선의 빛을 밝히면 좋겠다. 만일 내 작은 사랑의 빛을 통해 내가 사는 곳만이라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된다면, 결국 세상 전체가 바뀌어, 편안한 보금자리, 집이 되리라. 지금 아무리 세상을 어둡게 하는 온갖 악이 횡행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빛이 승리할 것을 굳게 믿으며 아름다운 장미밭을 걸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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