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
커다란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05.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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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하는 아이를 바라본다. 내 눈가에도 눈물이 맺힌다. 무엇이 저 아이를 저토록 힘들게 하는 걸까. 저 작은 어깨에 얼마나 무거운 이야기를 지고 있기에 살고 싶지 않은 걸까. 상담자의 삶에 무게감이 실리는 순간이다.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왜 사나요? 제가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존재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질문에 나는 마음이 무너진다. 너무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지 몰라 몸부림치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커다란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볼프 에를브루흐의 `커다란 질문'그림책은 대답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질문은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질문일지 알 것 같다. 새가 대답한다. “너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야.”라고. 고양이는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야.”라고 대답했고, 군인은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야.”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죽음은 “넌 삶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거란다.”라고 대답한다. 나는 아이에게 “삶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야. 그리고 지금 알아가고 있는 중이야.”라고 말했다.

나이가 많다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커다란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물며 삶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들이 커다란 질문에 대답을 찾기란 더 어렵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그들은 어른들이 정해주는 대로 살아가도록 지시받고, 순종하기를 요구받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쌓여 가던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이 자기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를 비춰 주는 부모 또는 교사와 같이 영향력 있는 어른들이 부적절한 언어와 태도와 표정으로 평가하며 그들을 대했다면 그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그렇게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안의 날개를 펼치기도 전에 포기하거나 날개가 있는 것조차 잊게 된다. 자신의 눈에 비친 자기가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괴물로 보인다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란 너무 어렵지 않겠는가. 결국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미 내가 나를 살아야 할 가치가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날고자 하는 욕구는 있으나 스스로 자격을 박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도 전에, 실패를 통해 도전을 배우기도 전에 이미 넘어진 채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너무 가혹하다.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어둠 안에서 밖을 향해 던지는 커다란 질문에 “너는 가치 없는 인간이야.”라는 대답이 아니라 “너는 네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야. 너는 그 대답을 찾아가는 중이란다”라고 대답해 주어야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커다란 질문에 답을 해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도록. 그리고 오늘은 이러한 답이 나올 수 있지만 내일은 저러한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응원이 필요한 삶인 것을 알아가도록 해야 한다.

볼프 에를부르흐는 말한다. “앞으로 더 많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질문에 대한 답을 말이에요.”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다. 답을 정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길이어야 한다. 작가가 던지는 커다란 질문에 저마다 자기의 대답을 내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답을 내어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질문은 하나지만 답은 여러 개이며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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