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지역예술,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위축된 지역예술,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5.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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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충북지역의 문화예술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사회,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가 팬데믹 사태에 따른 타격이 심각해지면서 예술인들의 활동 저하도 예견된 사안이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역은 위기에 대처하는 대응이 늦고, 예술지원 사업마저 더디게 진행되면서 회복력은 둔화되었다. 지역예술의 위기라는 진단 속에서 지역의 문화분권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예술인들의 예술활동 위축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가난이 일상이었던 예술인들은 코로나 직격탄에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예술계인지라 버티면 된다”는 나름의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2년차에 들어선 지금,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로 인해 예술인과 지역 문화예술계의 앞날은 우울하다. 정부가 긴급 예술 지원이나 예술인 일자리 지원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위축된 예술활동을 되돌려 놓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이나 단체의 예술 활동은 물론, 소소한 행사와 축제가 유보되고 취소되면서 예술 행위는 설 자리까지 잃고 말았다.

그러한 지역예술계의 현실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수치 중 하나가 공연이다. KOPIS 공연예술 통합 전산망에 집계된 것을 보면 충북은 2020년 한 해 동안 27편의 공연 무대가 열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에 2~3번 공연하기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를 도세가 비슷한 지자체와 비교해 보면, 같은 기간 전북은 98편의 공연이 열렸고, 강원도는 105편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똑같이 팬데믹 사태를 겪고 있음에도 지역 간 공연 격차를 통해 충북의 문화예술이 얼마나 열악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매번 공연장과 전시장 대관 신청이 하늘에 별 따기라던 청주시의 청주예술의전당이 지난 24일 `2022 상반기 정기대관 신청' 기간을 연장했다. 정기대관 신청을 받은 결과, 일반과 단체 모두 신청이 저조해 신청 기간을 연장했다는 설명이다.

해마다 예술인들이나 예술단체들이 대관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례적이다. 대관 접수 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공연장과 전시장 대관이 인기가 없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예술행위가 잘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충북의 대표 공연장과 전시장마저 대관이 어렵다는 것은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이 얼어붙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예술인들이 공연과 전시를 열기에 작금의 현실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언제 코로나가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조치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작가들은 예술활동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사회가 비대면으로 급격히 변해가고 있지만, 예술인들의 입장에선 아직도 무관중 비대면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1~2년 힘들게 작업해서 어렵게 여는 공연과 전시인데 보러오는 관람객조차 없다면 작가로서 느끼는 자괴감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무대가 멀어지면서 예술인들은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이 그립다고 말한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만나는 관객 한분 한분이 창작 에너지로 전환되는 예술의 힘을 현장에서 느끼고 싶은 간절함이기도 하다.

이처럼 위축된 지역예술을 살리기 위해선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 현실에 맞는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으로 지역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예술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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