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불, 시간을 넘어 되살아나다
마애불, 시간을 넘어 되살아나다
  • 박희영 충북 문화재 돌봄 사업단 총괄실장
  • 승인 2021.05.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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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희영 충북 문화재 돌봄 사업단 총괄실장
박희영 충북 문화재 돌봄 사업단 총괄실장

 

얼마 전, 석가탄신일이 지났다. 처음 전파된 삼국시대 이래 불교는 중요한 국가적 종교로 자리매김하며, 석탑, 석불, 석비, 석등, 마애불 등 많은 종류의 석조문화유산을 남겼다. 주로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현재에 이르렀지만, 대부분의 석조문화재는 야외에 노출된 상태로 기후환경 변화와 최근에는 환경오염 영향까지 더해져 풍화와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석조문화재의 훼손 현상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요인이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중에서 지의류, 이끼류 등에 의해 발생하는 생물학적 손상은 생물체의 성장에 따른 표면 오염물이 침착되어 미관을 저해한다. 이러한 미관 손상을 고색창연한 시간의 흔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으나, 석재 표면의 외형 변화를 일으키게 되어 문양과 명문이 조각된 경우에는 적절한 보존관리가 필요하다.

충북문화재돌봄사업단에서는 석조물의 구조 형태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물로 하는 방식으로 석조 세척을 수행하고 있다. 매년 생물피해 정도가 심하면서 도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문화재를 선정하여 전문가의 현장자문을 받아 진행한다.

올해 대상문화재는 일명 `갓바위 마애불'로 알려진 충주 조동리 마애여래좌상(충주시 향토문화유산 제8호)이다. 이 마애불은 1997년 예성문화연구회에서 충주의 지명조사를 하던 중 발견되었는데, 약 5m 높이의 자연석 위에 두께 1m 정도의 납작한 돌이 올려져 있어 마치 갓을 쓴 것처럼 보인다. 아래쪽 자연암반 상단에 마애불이 선각으로 묘사되어 있다. 얼굴은 크고 원으로 감싸여 있으며, 가슴에 양손을 맞대고 배 부분에는 옷 주름이 장식되어 있다. 하반신은 마모로 인하여 구별이 잘 안 되며, 조선시대 지방의 민간에서 조성한 불상으로 추정된다.

마애불의 암질 상태는 입자가 굵은 조립질 화강암으로 주변부는 풍화가 많이 진행되어 입자상 분해가 확인된다. 암반에는 지의류, 이끼류, 초본식물, 목본식물 등 다양한 생물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흑색 변색이 관찰된다.

암반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나무칼과 부드러운 솔을 이용하여 이끼류와 엽상지의류, 표면을 덮고 있는 미소토양을 제거하는 건식세척을 진행하였다. 다행히 조각면의 암질 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고착지의류와 변색 부분에 대해 증류수를 이용한 습식세척을 실시하고, 끝으로 원래 암석의 색상과 이질감이 나타나지 않도록 세척 정도를 조절하여 마무리하였다.

희미해진 선각으로 인해 형태마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처음 상태를 생각하면, 한 단계 한 단계 작업이 진행될수록 점점 뚜렷해지는 선의 윤곽과 마애불의 형상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마모가 많이 진행되어 얼굴의 모습을 확연하게 구별하기는 어려웠지만, 다리의 가부좌 모양이 단순한 선의 형태로 나타나면서 좌상임을 알 수 있었다.

세척작업은 일단락되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외에 노출되어 있는 석조문화재는 지속적인 예방관리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생물체 서식을 예방하고 정기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하면서 마애불의 안정적인 보존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문화재돌봄사업은 시간과 함께 나아가는 일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정한 업무도 달라진다. 이 변화의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질 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유지되면서 흘러간다. 어떤 일을 하는데 적당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해나간다는 것이, 이 짧은 한 음절의 `때'를 맞춘다는 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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