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이 현실로 들어온 시대, 천년 후 사찰
가상공간이 현실로 들어온 시대, 천년 후 사찰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1.05.1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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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석가탄신일이 있는 5월, 지난주에는 신라 진흥왕(553년) 때 창건된 법주사를 다녀왔다. 금강문을 넘어 우리나라 최대 걸작품이라는 사천왕상을 지나면 거대한 청동미륵대불이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 유일한 목조 5층 탑인 팔상전 눈앞에 있으며 뒤로는 대응보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많은 불교예술 작품을 찬찬히 둘러보고 발길을 돌려 청주의 천년고찰인 보살사로 향했다. 보살사 극락보전 앞 중앙에 오층석탑이 오는 사람을 먼저 맞이하고 있는데 그 아담하고 소박함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종교를 떠나 필자가 가끔 사찰을 찾는 이유는 잠시나마 한동안 쌓인 일상의 상처를 살피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찰을 둘러보며 불교예술작품을 챙겨보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직업병이 아닐까?

일상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을 통해 위안을 받고자하는 것은 삶과 예술이 서로 통한다는 것이다. 우리 일상 속 주변에서 이러한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아보자면 필자는 사찰이라 말할 것이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민족의 정서가 모여 있으며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통미술이 있는 하나의 공간, 바로 사찰이다. 사찰 속 불교 미술 작품에 담긴 옛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적 분위기를 보게 된다면 종교적 의미를 넘어 예술적 가치와 당시 일상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위로의 공간으로써 시간을 초월하여 현재까지 존재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러한 공간과 함께 진화해나간다. 공간과 인간이 연결되고 이것이 일상을 변화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로의 공간도 작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 속 현실 세계의 물리적 공간을 축소 시켰다. 대신 필자는 현재 게임과 문화예술 영역에 새로운 공간을 구축한 메타버스 3차원 가상공간 속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 속에도 계절별 공원, 놀이동산, 여러 사찰, 미술관 등이 존재한다.

필자는 19일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메타버스 속 한 사찰에 입장했다. 한가한 걸음걸이로 산책을 하고, 꽃향기를 맡으며 아름답고 고운 경치를 감상하며 셀카를 찍고 동영상도 촬영하였다. 이러한 사찰 외에도 필자가 이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2020년 르네상스를 주제로 가상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해 69점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메타버스 속 공간은 요즘 10대들이 즐기는 놀이와 위안, 힐링의 대상이다. VR, AR, AI, 홀로그램 등 첨단 기술로 소통의 공간을 넓혀나간다.

이제 메타버스 속 가상공간들은 실제 공간과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삶을 만들어내고 있다. 즉 우리 일상 전체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는 중이다. 오랫동안 산속에 자리 잡고 있던 사찰도 메타버스 플랫폼 속 가상공간 속에서 새로운 진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시대 새로운 초감각적 문화콘텐츠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 법주사와 보살사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의 위안도 이제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이런 체험 그 자체가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 속 사찰의 사천왕상과 대웅전의 그림들은 천 년 후 후대에게 어떤 이야기로 전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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