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입니다
나는 아버지입니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05.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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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두어 주 전쯤 딕 호이트라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3월 그가 미국 자택에서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기사와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딕 호이트 씨의 아들 릭은 태어날 때 목에 탯줄이 감겨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전신마비 중증 장애를 갖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릭을 국가기관에 맡기고 포기하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그 아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호이트 씨는 아들 릭이 12살이 되었을 때에 특수한 컴퓨터 장치를 마련해 주었고, 릭은 손대신 머리를 조금씩 움직여 모니터의 자판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릭이 처음 쓴 글씨는 “Go Bruins“, 브루인스 파이팅이었다. 브루인스는 그 가족이 살았던 보스턴의 하키팀 이름으로 아버지는 아들이 스포츠에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호이트씨는 아들이 15살 되던 해에 아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아빠, 저와 같이 8km 자선 달리기 대회에 나갈 수 있어요?”

호이트 씨는 공군 중령으로 예편했지만 달리기 대회를 나가 본 적은 없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휠체어에 태운 채 밀면서 달린 끝에 뒤에서 두 번째의 성적으로 8㎞를 완주했다. 그 완주 후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빠 달리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몸의 장애가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해서 호이트 씨는 아들과 함께`팀 호이트'라는 이름으로 40년 동안 마라톤 72회, 트라이애슬론, 철인 3종 경기 257회 등 총 1130개 대회를 완주했다. 보스턴 마라톤에서만 32회를 완주했으며, 1992년에는 45일에 걸쳐 6000km가 넘는 미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다. 호이트 씨는 세계 최강의 철인들 틈에서 아들을 실은 고무배를 허리에 묶은 채 바다 수영 3.9㎞, 아들이 앉은 특수 의자를 장착한 자전거 타기 180㎞, 아들을 태운 휠체어를 밀고 42.195㎞를 달렸다. 처음 마라톤 대회 완주 기록은 16시간이었지만 가장 빨리 완주했을 때는 2시간 40분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여자 마라톤 최고 기록은 2시간 25분임을 생각해보면 호이트 씨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마라톤 기록이 굉장히 잘 나오자 사람들은 아들 릭 없이 달리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호이트 씨는 딱 잘라서 답했다. “아들 릭이 아니라면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들 릭이 아니라면 그 모든 것을 할 이유가 없다는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이 우리 가정을 지탱하는 힘이지 싶다.

5월은 여러 가정 행사들이 몰려 있어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그 의미를 생각해보기 좋은 달이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지만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나 친척을 만나기는 더 어려워졌다. 직접 보지 못해도 가족은 서로의 삶에 이유가 된다. 삶의 이유가 되어주는 가족이 있기에 마을이, 사회가, 국가가 힘을 얻고 버티는 것 아닐까?

오늘, 부모님께 안부 전화 드려야겠다. 어머니, 아버지, 조금 더 힘내세요. 곧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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