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교육계
흔들리는 교육계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5.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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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뿌리가 약하면 잔바람에도 흔들린다.

교육계가 그렇다.

정치 바람에도, 이념 바람에도, 대선 바람에도 교육계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백년지대계였던 교육이 지금은 미풍에도 길을 잃어 버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도 교육의 본질이 사라지고 뿌리가 흔들릴 만큼 교육이 무너졌다.

최근엔 내풍으로 교육계가 시끄럽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특별 채용 의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으로 지정된 것을 두고 교육 단체 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도 성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1호 사건으로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을 선정한 것은 어이없는 일로 적폐 세력의 종노릇을 자처한 공수처는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특별채용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누구보다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서울 교육의 수장이 특혜 채용의 의혹을 받고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공수처의 첫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유감스럽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하고 결과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한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충북, 충남 등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14개 시·도교육감들도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감사원 고발과 공수처의 수사 개시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교원특별채용제도의 운영은 교육감 고유권한으로 이번 서울시교육청 특별채용 사안은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 형사처벌의 관점에 다룰 것이 아니다”라며“무리한 형식주의 관점에서 특별채용의 취지를 훼손하고 교육계의 화합의 조치를 무색하게 하는 감사원의 조처와 공수처의 수사 개시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구, 경북교육감은 아예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고교학점제 추진을 두고도 교육계가 아닌 정치계의 목소리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는 2025년 전면 시행된다. 그런데 고교학점제 추진에 따른 부족한 인력을 정부가 교원자격증이 없는 외부 전문가 임용을 추진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는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해당 분야 전문 인력이라면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특정 교과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의 후속 조치다.

한국교총이 전국 중등교원 9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관련 현장 설문조사 결과 응답 교원의 94.88%가 이 방안에 반대했다. 교사노조연맹 역시 교직에 대한 무분별한 개방으로 교사의 전문성이 훼손돼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단체는 AI, 드론, 코딩 등 신산업기술 교육은 지역별 센터를 설치해 관심을 가진 지역의 여러 학교 학생들이 전문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정규수업 시수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교실까지 넘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정치계가 무자격 교원 채용을 합법화하는 법률안 개정 카드를 꺼내기 전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늉이라도 왜 내지 않았을까?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니 대선 주자들이 쏟아내는 공약에 학생들의 마음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대학 미진학 청년 세계여행비 1000만원, 군 제대자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청년 1억원 통장 등 현금성 공약 앞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의미마저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우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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