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지키기'가 아니라면
`이성윤 지키기'가 아니라면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5.16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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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현직에 있던 지난해 11월 대검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며 직무 배제를 명령했다. 그러면서 주요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등 6건의 혐의와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이유도 달았다. 번번이 여론조사에 등장해 차기 대통령 후보 1위가 되기도 했지만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달라는 등의 적절한 대응을 하지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는 법원에서 바로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제기된 혐의가 모두 사실과 다르고 소명할 기회도 받지 못했다며 직무배제 취소 소송을 제기한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 감찰위원회 역시 절차상 흠결을 들어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모두 부당한 조처라는 결론을 내렸다. 윤 전 총장은 직무에서 배제된지 1주일만에 출근했고, 추 전 장관은 지휘권을 남용해 법무부 위상에 흠집을 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번에 검찰에서 또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 벌어졌다. 현직 검사장이 한 식구인 검찰의 기소를 받아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그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검찰이 제기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지는 분위기다. 시비를 가려달라며 그 스스로 요청해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마저 기소를 권고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가 현직을 유지하며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수사팀이 지휘라인에 있는 직속 상관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상황에서는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공무원이 기소될 경우 일단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관행을 넘어 철칙이 된지 오래다. 무죄를 주장하는 이 지검장이 재판에 전념할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도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를 직무에서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이 지검장 본인은 물론 법무부도 이같은 상식에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 직무배제를 몰아붙일 때와는 딴판이다. 이 지검장은 스스로 요청한 수사심의위의 판단까지 부정하며 “법정에서 불명예를 씻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은 언론에 “1주일째 장관을 몰아세우고 있다”며 짜증을 냈다. 여당 일각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앞세우며 이 지검장을 방어한다. 이 원칙이 윤석열 직무를 배제할 때는 어디에 가 있었나? 법원이 부당하다고 인정했던 그 무리한 징계가 강행될 때는 유죄를 추정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비리를 저질러 기소된 공무원들이 무죄 추정 원칙을 들어 재판 내내 현직에 앉아 있겠다고 버티게 될지도 모르겠다.

파렴치범의 국외 도피를 구경만 해야 했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법은 공정 못지않게 공평을 요구한다. 집행에서 예외가 없듯이 보호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예외가 없어야 한다. 악인일수록 법을 더 엄정하게 집행해야 겠지만 그를 법밖으로 내몰 수는 없다. 정의로운 반칙이 선례로 남아 나증에 선한 사람을 탄압하는 구실로 악용된 경우는 허다하다. 그가 출국을 시도할 때까지 손을 놓고있던 수사팀을 비판하는 게 먼저다.

성접대 등 혐의를 받은 김학의 전 차관 수사를 말아먹다시피 했던 검찰이 그의 출국금지 의혹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이 지고 갈 수치이자 짐이지 이 지검장 기소에 결부시킬 일은 아니다. 이 지검장이 계속 자리를 고집하면 법무부 장관이 결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형 비리를 덮기 위해 이성윤 지키기에 나섰다”는 야당의 공세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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