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시작이 반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5.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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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가을날 감나무에 감이 무르익었다고 해서 감나무 밑에 누워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감이 입으로 떨어지기를 막연히 기다린다면 결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은 누릴 수 없다.

큰 용기를 내서 자신이 원하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할 때 성공적인 삶이 가능하다. 오지 않은 미래의 진행 상황들을 모두 예측한 뒤, 일을 시작할 수는 없다.

일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은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을 시작하기 전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신중함도 필요하지만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실기(失期)하기보다는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과감하게 돌파하고 해결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과감하게 첫발을 내딛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때문이다. 공자님께서도 시작의 중요성 및 초지일관하는 불굴의 의지와 함께 일의 매듭을 짓는 끝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씀하신 바 있다.

`譬如爲山(비여위산) 未成一 (미성일궤) 止(지) 吾止也(오지야)'즉 산을 만듦에 있어서 한 삼태기의 흙이 부족한 채 멈췄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멈춘 것이라는 말씀을 통해 일을 매듭짓는 끝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셨다. 이어 `譬如平地(비여평지) 雖覆一(수복일궤) 進(진) 吾往也(오왕야)'즉 땅을 평지로 만듦에 있어서 한 삼태기의 흙을 뒤덮어 땅을 평평하게 만들기 시작했어도 그 순간 내가 한발 나아간 것이라는 말씀을 통해 시작의 중요성 및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진취적 삶을 역설하신 바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까닭인가? 일을 진행하면서 생겨날 변수나 발생하게 될 돌발 상황들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기 전 큰 틀에서 일의 타당성 및 성공 여부들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절반의 과정을 마쳤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이전에 온전한 마음의 0점 조정 상태에서 일의 타당성 및 성공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했는가 하는 점이다.

0점 조정이 되지 않은 들뜨고 흐트러지고 성급한 마음으로, 자신의 욕심에 초점을 맞춘 채, 사업 계획이 꿈꾸듯 소설을 쓴 것이라면, 시작이 반이 아니라 이미 마이너스 150%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까닭에 중용(中庸)은 `喜怒哀之未發謂之中((희로애락지미발위지중) 發而皆中節謂之和(발이개중절위지화)'란 구절을 통해 희로애락의 감정으로 마음이 흔들리기 이전의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중(中)의 마음을 강조한 뒤 그 같은 중(中)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지만 성공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맹자님도 중용의 가르침과 동일 맥락에서 희로애락애오욕(喜哀愛惡慾) 칠정으로 날뛰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구기방심(求其放心)을 강조하셨다.

또 `人有不爲也而後(인유불위야이후) 可以有爲(가이유위)' 즉 사람은 하지 않음이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할 만한 것이 있다는 가르침을 통해, 어떤 일을 하기 전 마음을 0점 조정한 뒤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업 계획을 구체적이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함을 역설하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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