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힐 - 인터렉티브 아트
게리 힐 - 인터렉티브 아트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21.05.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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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미술작품을 관람할 때 우리는 작품 앞에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감각 기관이 반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모더니즘의 시각중심주의 미술작품감상 방식과는 분명 다르다. 미술은 보는 것, 읽어야 하는 것, 보는 것과 읽어야 하는 것, 그리고 보고, 읽고 작품에 직접 참여하며 상호작용해야 하는 것으로 변천해 왔다. 현대미술은 미술작품과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오감을 열고 작품 앞에서 작품과 대화하며 우리의 모든 감각기관을 총체적으로 요구하는 장르는 단연코 비디오 아트일 것이다.

미술에서는 관람자가 작품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의미교환을 하는 작품을 인터렉티브 아트라 한다. 미국의 비디오아티스트 게리 힐은 언어와 신체를 주제로 비디오 영상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이미지, 사운드, 말, 언어를 조합하여 상호텍스트성을 다루는 인터렉티브 아트이다. 내용과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언어와 이미지 간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의사소통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는 주체와 타자, 신체와 테크놀로지, 언어와 이미지의 경계를 허무는 지점에서 상호 텍스트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작품 안에서 시각 주체로서의 관람자와 시각 대상으로서의 관람자를 대조시킴으로써 타자의 시선 안에서 대상화될 수 있는 주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게리 힐은 상호작용의 방식을 통해 관람자를 작품의 일부로 간주하고 관람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기대함으로써 지각 작용의 환기를 요구하며 작품의 미완결된 상황을 강조한다. 그는 상호텍스트적으로 얽혀 있는 이질적인 요소들에 관람자를 침투시킴으로써 작품의 안과 밖, 즉 대상과 주체의 경계를 허문다. 따라서 작품의 불확정적 상황은 전시 공간, 즉 실재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상호텍스트적으로 얽히고 미완의 불확정적 공간이 된다. 이는 곧 고정된 의미를 넘어 무한한 의미의 그물망 속으로 미끄러져 가는 텍스트의 공간인 것이다. 힐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가 축소된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관람자가 지각하고 그와 얽혀 있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전자매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임을 상기시킨다. 그럼으로써 힐은 몸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통해 테크놀로지가 편재하는 세계 속에서 출현한 새로운 인간상을 제안하며, 가상의 이미지를 실재 공간에 투사하고 이것이 실제와 같은 지위를 획득하는 상황을 재연하는 것이다.

게리 힐의 전자매체 이미지가 창출하는 텍스트적 공간은 테크놀로지가 야기한 예술의 확장된 경계와 불명료한 예술 개념에 대한 은유이다. 비디오 아트의 정체성이라는 문제에서 예술 전반에 대한 일반화된 논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는 몸과 테크놀로지, 사상과 실재의 틈새를 강조하고 이를 통한 긴장의 형성에 주력함으로써 테크놀로지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의 지시적 대답을 유보한다. 따라서 힐의 작품의 의의는 예술의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의미의 완결을 다양한 방식으로 열어둔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경계를 열어둠으로써 범주화를 거부하는 그의 위치는 유동적이며 그의 예술은 의미의 완결을 지연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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