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멘탈(mental)이다
이제는 멘탈(mental)이다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21.05.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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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룡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세상사는 일은 전쟁이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한 경쟁, 악착같이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등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가정, 사회, 나라는 이와 같은 몸부림을 통해 풍요로워진다. 생존경쟁은 필요불가결하다. 모든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 문제가 생긴다. 먹고사는 일에 등한하게 되어 국가의 부가 증대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서 가정, 사회, 국가에 이바지하고 이제 나이가 들어 인생의 뒤안길에 접어든 사람들은 뭘 해야 할까? 그동안 벌어놓은 돈 갖고 여생을 즐기면서 살까? 그도 안 되면 그냥 뒷방을 차지하고 앉아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면서 살아야 할까? 이제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등에 업혀 밥만 축내고 있어야 할까? 은퇴한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꾸준히 무엇인가 한다. 운동, 미술, 등산, 자전거 등등.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인데 사느라 바빠서 못한 일을 취미삼아 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 쌓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식으로 살면 어떨까? 스트레스를 어떻게 없애냐구? 간단하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면 된다. 나이가 들면 몸 건강은 알아서 챙기게 되어 있다. 관심도 높아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을 한다. 앞으로는 IT로 먹고살지만 미래는 바이오로 먹고살게 되어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건강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바이오산업이 정말 먹거리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갈수록 오래 산다. 당연히 노령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들이 사회에 짐이 된다고들 난리다. 나이 든 사람으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정신(mental) 건강이다. 치매환자가 갈수록 늘어난다. 치매로 인한 사회비용이 연간 미국 352조 원, 영국 약 40조 원, 우리나라가 약 15조 정도가 든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자폐 증상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보면 몸은 건강하지만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여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혼자만 얘기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얘기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 툭하면 화를 내는 사람, 사람이 옆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 알코올 중독자, 도박 중독자, 섹스 중독자, 담배를 끊으려고 발버둥치지만 끊지 못하는 사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하는 일 중독자 등은 모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건 뭔가를 끊임없이 하거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고 행하지 않으면 정신이 건강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없어진다. 모든 중독은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면 못 살기 때문에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중독되지 않는다. 사람에 중독되지 않으면 혼자 살 수 있다. 곧 다른 사람 없이도 잘 살 수 있다. 늙어서 혼자 잘 살 수 있다고 해보라. 얼마나 자유로운가. 술 없이 살 수 있으면 알코올 중독이 되지 않는다. 안 하고, 아무것도 없이 살며,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으면 정신이 건강해진다.

살기 위해서 잊어버렸던 죽음을 기억의 창고에서 꺼내 그걸 대비하는 삶도 괜찮다. 죽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씨름하는 사람을 수도자, 구도자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구도자의 전통을 수립하면 좋을 것 같다. 내 인생에서도 지금부터는 멘탈이지만 나라 전체로 놓고 볼 때도 이제는 멘탈이다. 병든 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비용이 현저히 줄어들면 사회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대된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Do nothing!) 이게 말하기는 쉽지만 무지하게 어렵다. 그러니 이 숙제를 풀다 보면 심심할 겨를이 없다.

/충북대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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