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자 웃자 주자 왈
참자 웃자 주자 왈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05.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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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공자·맹자·장자를 빗된 먹자·놀자·쉬자 타령에 많은 분들이 맞장구를 쳐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깊은 성찰 없이 먹고 놀고 쉬었던 일상들에 대한 회고와 어떻게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고 살 건지에 대한 상념이 교차되어서 일겁니다.

마음 편히 먹고 놀고 쉴 수 없는 암울한 코로나시대에 살다보니 더욱 그랬을 터.

`참자·웃자·주자 왈'도 그에 못지않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 `자'자 성현 가라사대 속편으로 띄웁니다.

여기엔 `전대길의 CEO칼럼'을 절찬리에 연재하고 있는 전대길 수필가(국제PEN한국본부 이사)의 제안과 권유가 큰 힘이 되었음을 밝힙니다.

충북 보은 태생인 전 수필가는 ㈜동양EMS를 이끌고 있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운할 마당발인데다가 박학다식하여 세상살이에 귀감이 되는 교훈적 글을 쓰시는 분인데 저보고 그러는 겁니다.

`먹자 놀자 쉬자 그것참 기발하고 좋은 글이야. 참자 웃자 살자도 있으니 이어서 써봐'라고 말입니다.

영감을 주는 의형의 말씀이라 선뜻 펜을 들었으나 `살자'는 본란에 싣기엔 너무 벅찬 주제라 다음에 `살자와 죽자'로 독립해 쓰기로 하고 대신 참자와 웃자와 사이즈가 엇비슷한 주자를 삼현에 올려 씁니다.

`참자' 성현 왈.

참을 인(忍)자처럼 살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마음 위에 놓인 칼이 자신을 베거나 찌를 수도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입과 주먹과 거시기를 잘 다스리라 합니다. 함부로 입을 놀리고, 함부로 주먹질하고, 함부로 거시기를 내두르면 패가망신 한다고.

욱하지 말라 합니다. 먼저 성내거나 먼저 화내는 쪽이 지게 된다고.

그러나 불의와 불공정엔 항거하라 합니다. 불의와 불공정에 침묵하거나 타협하는 건 비겁이고 협잡이라고.

추월했다고 폭행하고, 쳐다봤다고 살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분노조절장애가 부른 우리 사회의 서글픈 단면입니다.

아무튼 참는 건 삶의 내공입니다.

`웃자' 성현 왈.

웃으며 살라 합니다. 웃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미소 짓고 함박웃음 웃고 박장대소하고 살다 보면 그리된다고. 그러니 고달프고 괴로워도 애써 웃으며 살라 합니다.

건강과 행복의 묘약이 바로 돈 안 드는 웃음인데. 웃다 보면 절로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데 그걸 찾으려 힘들게 번 돈과 금쪽같은 시간을 탕진한다고.

더불어 웃으며 살라 합니다. 여자들의 평균수명이 남자들보다 훨씬 긴 건 끼리끼리 모여서 수다 떨며 웃음꽃을 피우기 때문이라고.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웃을 일보다 짜증 나는 일이 더 많아 부아가 치밉니다.

혼탁한 정치판이 그렇고 일상을 옥죄는 코로나가 그렇고 오그라드는 살림살이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골 부리면 골병드니 한심하고 괘씸해도 웃을 수밖에요. 이 또한 지나가리니 하며.

`주자' 성현 왈.

아낌없이 주라 합니다. 그루터기조차 내어주는 나무처럼 살라고.

주는 게 참사랑이라 합니다.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값지고 행복하다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니 베풀며 살라 합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처럼 죽어서 빼앗기듯 주지 말고 살아있을 때 성심을 다해 주라고.

웃음도 주고 사랑도 주고 끝내 목숨까지 내어주는 그런 사람으로.

그래요. 우리 모두는 어머니 뱃속에서 방세 한 번 안 내고 열 달씩 무상으로 살았고 세상에 나온 후에도 20여년을 공짜로 양육 받은 빚쟁이들입니다. 그러니 이자는 못 내더라도 원금은 갚고 가야겠지요. 가진 것 모두 내어주고 살아도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애써 희망을 노래합니다. 행복과 성공의 마중물이자 길라잡이인 참자·웃자·주자가 예 있으니.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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