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돌아가다
산으로 돌아가다
  •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21.05.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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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요즘 자연인이라는 말이 제법 귀에 익다. 방송을 켜면 시도때도없이 나오는 한 프로그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연인의 연원은 꽤나 깊을 듯하다.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도시의 개념이 생긴 것과 비례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백이숙제(伯夷叔齊)나 죽림칠현(竹林七賢) 같은 역사상 인물들도 도시를 떠나 산으로 들어간 자연인들이다.

당(唐)의 시인 배적(裵迪)은 그의 친구가 자연인의 삶을 택해 산에 들어가는 것을 진심으로 격려해 마지 않았다.


최구를 보내며(送崔九)

歸山深淺去(귀산심천거) 돌아가는 산 깊든지 얕든지
須盡丘壑美(수진구학미) 응당 산수(山水)의 아름다움 다할지라.
莫學武陵人(막학무릉인) 무릉 어부 배우지 말지니
暫遊桃源裡(잠유도원리) 그 좋은 도화원에 잠깐 놀다 돌아온 것을.


산은 결코 낯선 곳이 아니다. 사람이 본래 있던 곳이다. 그래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다. 깊고 얕음을 따질 것은 없다. 세속을 벗어난 공간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곳에서는 도회지의 찌든 셈은 무용지물이다. 오로지 산수의 아름다움을 욕심껏 즐기면 그만이다.

욕심도 욕심 나름이다. 산에서 아름다움을 탐하는 욕심은 결코 자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산은 결코 여행지가 아니다. 사람이 궁극적으로 정착할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 어부의 행태는 본받지 말아야 한다. 도원(桃源)은 잠시 다녀오는 곳이 아니라 영원히 머물러야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이 번잡해질수록 자연인에 대한 욕구는 커질 것이다. 한번 산에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노라고 하면 너무 무겁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되어야 진정한 안식이요 자유가 될 것이다. 자연인이 되는 것은 좋지만, 거기에 강박을 가져서는 그것은 또 다른 속박이 될 것이다.

/서원대 중국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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