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조건과 아시안 혐오
강대국의 조건과 아시안 혐오
  • 정상규 청주 내수농협 상무
  • 승인 2021.05.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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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상규 청주 내수농협 상무
정상규 청주 내수농협 상무

 

과거 로마제국은 이탈리아 반도 및 유럽 전역 그리고 지중해를 넘어 북아프리카, 페르시아와 이집트까지 지배하였던 고대 최대의 제국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로마인들은 주변 국가의 사람들보다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체력에서는 게르만인보다 뒤처졌으며 경제력은 카르타고인보다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떤 국가보다 오랫동안 번성을 누렸는데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개방성'에 있다는 게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로마는 로마를 위해 땀을 흘리거나 피를 흘리면 출신지가 어디건 로마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민족이나 인종에 차별을 두지 않는 정책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웃 나라의 훌륭한 인재들이 로마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로마의 시민이 된 걸 자랑스러워했고 충성을 다했다. 이들 덕분에 로마의 교육과 경제가 나날이 발전했고 전쟁에서의 전투력과 사기도 높아질 수 있었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는 얼마 전 미국 매체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계획을 이야기하던 중 미국에서 기승 중인 아시안 증오범죄의 걱정으로 미국에 사는 두 아들이 윤여정 배우의 미국 방문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로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20대 때 미국으로 이민해 2004년 미국 메릴랜드주 래리 호건 현 주지사와 결혼한 유미 호건 여사(61)는 얼마 전 아나폴리스에 있는 주지사 관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메릴랜드에서 차로 10시간 이상 떨어진 미시간주에 사는 막내딸 부부가 중간에 기름을 한 번은 넣어야 하는데 주유소에서 공격당할까봐 겁이 나서 못 온다는 말을 전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범죄로 이어지는 가운데 유명인과 사회지도층조차도 걱정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에 착잡함을 감출 수 없었다.

위 사례 외에도 우리는 매스컴에서 하루가 멀게 아시안 혐오 관련 뉴스를 접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되면서 `개방성'이 줄어든 탓일까? 아시안 혐오와 인종차별이 우려할 수준으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유미 호건 여사는 팬데믹이 끝나면 아시안 혐오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이는 일부 개인의 그릇된 신념이라기보다 뿌리깊이 자리 잡은 사회적 갈등이 원인이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한 나라의 발전이나 쇠락은 눈에 띄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모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다가오기도 한다.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처럼 국가의 운명도 다를 바 없다. 지중해를 자신들의 호수쯤으로 생각하던 로마인들,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도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이 멸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로마제국 번성과 함께한 이민자들이 속했던 민중(民衆)의 붕괴에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교훈 삼아 민족이나 인종에 차별을 두지 않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해 주길 각 나라의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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