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관광과 백신 사막지대
백신 관광과 백신 사막지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5.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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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코로나19 백신 부자 나라인 미국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관광객 모집에 나섰다. 자국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주겠다며 모객에 나선 것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맨해튼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브루클린브릿지 등 주요 명소에 이동식 백신 접종 센터를 설치, 관광객들이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뉴욕시 당국에 따르면 관광객들에게 접종하게 될 백신은 긴 시차를 두고 2회 접종을 할 필요가 없는, 단 1회만으로 효력이 나타나는 존슨앤존슨(얀센) 백신이다. 뉴욕시는 국외 관광객에 대한 백신 무료 접종으로 관광 수익이 크게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뉴욕이 안전하고 좋은 곳이며, 우리가 보호해주겠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관광객에게 전해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시의 연간 관광수입은 600억 달러(67조원) 규모. 이번 더블라지오 시장의 백신 무료 접종 카드는 뉴욕시의 모든 상인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백신 부국 미국을 웃게해주는 곳은 뉴욕뿐만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도 확보한 백신으로 관광객들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태국의 여행사 `유니타이트립'은 존슨앤존슨과 화이자 백신 접종이 포함된 샌프란시스코와 LA 백신 관광상품을 출시했다. 가격은 체류 일정에 따라 2400~6400달러(270만~720만원)인데 샌프란시스코에서 백신 접종이 포함된 10일짜리 패키지 상품이 1주일만에 다 팔렸다.

북반부 동토의 땅, 알래스카주도 무료 백신 접종 카드로 국외 관광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알래스카주는 6월1일부터 모든 국외 관광객에게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알래스카주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맞을 백신은 이미 물량이 충분하다”며 “침체된 관광산업을 살리기위해 여분의 백신을 관광객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알래스카주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미국에 앞서 유럽에서는 이미 노르웨이에서 지난달 백신 관광상품이 등장했다. 노르웨이 여행사 월드비지터는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이 포함된 러시아 관광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 돈으로 1599~2599유로(220만~350만원)짜리 패키지 상품인데 역시 출시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선진국들이 막대한 재정력과 자국 제약사들이 제조한 백신을 앞세워 관광수익 증대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백신 약소국'의 비애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이 단 1도스(1회 사용분)도 없는 나라가 12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나라 절반 정도가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다. 차드, 브르키나파소, 브룬디, 탄자니아, 에리트리아 등인데 모두 국가 재정이 최악의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나라들의 대부분은 백신이 정상적으로 공급된다하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 초저온 보관을 해야하는 백신은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급기야 유엔(UN)이 백신 부국의 독점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코로나19 백신 담당자인 지앤 간디는 “백신이 없는 곳에서는 (코로나19의 창궐로) 신규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백신 부자 나라들이 백신 빈국에 무상 기증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변종 바이러스의 출몰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 백신 부국들이 어떤 `처신'을 해야하는 지가 너무나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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