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끝나도 ‘코로나 블루’ 수십년 지속”
“팬데믹 끝나도 ‘코로나 블루’ 수십년 지속”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5.0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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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울증 등 기분장애 환자 100만명 넘어
자살 생각 4.7→ 13.8%·아동발달 부정적 영향
“다양한 정신건강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준비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더라도 팬데믹이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미친 충격으로 수십년 동안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은 지난 7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과총이 개최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정신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포럼에서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남 부장은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안정되더라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길게보면 40년~50년까지도 (팬데믹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국민 정신건강에 미친 악영향은 통계에서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우울증 등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1만6727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9년(96만3239명)보다 5.55% 증가한 수치다.

우울 에피소드(73만667명→ 76만5589명), 양극성 정동장애(10만6068명→ 11만1649명), 지속성 기분장애(7만1471명→ 8만4350명), 재발성 우울장애(8만2908명→ 7만9538명) 등 대부분의 질환 발생이 크게 증가했다.

또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울 위험군은 2018년 3.8%에서 2020년 22.1%까지 늘어났다.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했다는 응답 비율은 2018년 4.7%에서 2020년 13.8%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존 정신질환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기회가 줄어들고 아이들이 정상적인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장기적인 국민 정신 건강 악화 요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있었던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국내에서 운영된 정신재활시설은 3곳에 불과했고 110곳 이상의 시설이 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발달장애인들은 수면, 식사, 화장실, 일상생활, 외부 활동, 의사소통 등 일상 전반에서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택 격리로 인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 생활은 어린이들의 발달과 성장에 필수적인 좋은 교육과 가족 관계, 또래 관계 등을 제한한다.

부모와 자녀가 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고용 불안, 사회 활동 제약, 양육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한 부모의 스트레스가 자녀에게 표출될 위험도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112 신고 건수는 8452건으로 전년 동기(7515건) 대비 12.5%나 늘었다.

또 산모의 산후 우울증이 태아의 아동기 뇌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아동들이 얼굴 표정 변화 읽기 등의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해 언어 발달과 의사소통 기술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질환은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다양한 질환과 문제점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윤영 부장은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자의 파이프라인을 늘려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며 “정신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건강보험 제도의 강화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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