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둥지
  • 박명자 수필가
  • 승인 2021.05.09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박명자 수필가
박명자 수필가

 

덤불 사이로 작은 새 두 마리가 연신 날아오른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동영상에 담아 확인해본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새가 덤불 속의 가녀린 나뭇가지를 버팀목 삼아 집을 짓고 있다. 마른 갈댓잎으로 옷감을 짜듯 촘촘히 엮고 있다. 새끼를 키워낼 보금자리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저들의 정성과 수고가 봄날을 채우고 있다.

숲으로 출근하는 나는 새들의 움직임을 자주 본다. 언젠가 큰 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잔가지가 수북이 흩어져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까치가 물고 온 나뭇가지를 연신 아래로 떨구고 있었다. 기초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집짓기가 처음인 듯싶었다.

며칠 후 나는 그 나무를 다시 찾았다. 놀랍게도 까치집은 조금씩 틀을 갖춰가고 있었다. 나무 아래서 한참을 서성이던 나는 태풍에도 끄떡없는 둥지를 지어 새끼들을 잘 키워내기를 응원하며 발길을 돌렸다.

그날 나는 종일 엉성한 까치둥지를 생각했다. 일찍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내게는 혼자라는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늘 따라다녔다. 울타리가 필요해 일찍 결혼했지만, 둥지를 지키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스물 중반의 초보 엄마였던 나는 집안일도 아이 둘 키우기는 일도 서툴렀다. 거기에다 농사일이 많아 일꾼 서너 명은 매일 얻었다. 어머님이 일손을 보태러 밭으로 나간 그 날, 나는 멸치를 우린 육수에 애호박을 썰어 고명을 만들고 잔치국수를 삶았다. 새참 광주리를 이고 밭둑을 걷다 풀뿌리에 걸려 모두 엎어버렸던 일이며,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 울면 함께 울던 일이 생각났다. 농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다시 시작한 사업은 오 년을 넘기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따스한 가정을 꿈꾸며 동분서주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찬바람에 나동그라진 둥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도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사회생활도 서툰 나였지만 조금씩 경험을 쌓아갔고, 그것을 바탕으로 단단한 생활인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 상급 학교로 진학할 때마다 가슴 뿌듯했다. 남들처럼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건강하게 잘 커 준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그렇게 먹이를 물어 키운 자식들이 사회를 향해 첫 비행을 시작했다. 그리곤 각자의 둥지를 찾아 떠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한 마리의 아기 새가 날아오르기까지 어미 새의 부단한 날갯짓이 필요하리라. 갓 독립해 처음으로 둥지를 짓는 어미 새도 마침내는 튼튼한 둥지를 지을 수 있겠지. 안전한 둥지에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하면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배설물은 먼 곳에 내다 버려야 한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하루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다니며, 다 자란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가 되면 넓은 세상에 적응할 훈련도 시킬 것이다. 몇 번의 실패 뒤에 새끼는 마침내 힘찬 날갯짓으로 자신의 세상으로 날아가겠지. 그 과정을 응원하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