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투기 셀프조사 실효성 없었다
충북도 투기 셀프조사 실효성 없었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5.09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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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우려가 현실이 됐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충북도내 부동산 투기의혹을 수사 중인 충북경찰청이 충북개발공사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충북개발공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충북개발공사 직원 A씨가 청주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 관련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보고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의 정보로 투기를 한 개발업자도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이다.

문제는 넥스트폴리스 조성사업의 주체가 충북개발공사라는 점이다.

지역에서는 지난해 넥스트폴리스 조성예정지 일대에서 투기행위로 의심되는 개발행위가 극성을 부리자,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공무원이나 충북개발공사 직원들의 투기행위가 자행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의심이었던 셈이다.

넥스트폴리스는 충북개발공사에서 청주지역의 부족한 산업단지를 확보하겠다며 청주시 청원구 밀레니엄타운 서쪽지역인 정상·정하·정북·사천동 일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산업용지(68만㎡), 주거 및 지원시설용지(53만㎡) 공급이 목표다. 주거용지에는 50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대상과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압수수색이라는 게 혐의점을 잡고,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수사기법이라는 점에서 A씨의 투기행위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충북도의 도청 공무원과 충북개발공사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 1차 조사결과 발표가 무색해졌다. 도는 지난달 28일 발표 당시 투기행위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셀프조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셀프조사의 한계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적한 바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충북도의 발표 직후 낸 논평을 통해 “충북도 투기의혹 조사는 수사가 아닌 진술에 의존한 조사로 일정한 한계를 보였다”며 “1차 조사대상 공직자 중 30여명은 전출, 퇴직, 휴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동의가 되지 않아 조사 자체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 대해 조사하지 못함으로써 도민의 의심을 모두 제거하지는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현재 충북도는 1차 조사에 이어 모든 공무원과 가족 3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2차 전수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6월(충북도 공무원)과 7월(직계가족)에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대상지역은 도와 관계가 있는 17개 산업단지다.

LH 직원들로부터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은 충북뿐 아니라 전국적 비리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셀프조사로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이제라도 도는 식견이 풍부한 전문인력을 투입해 투기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도민들의 분신의 눈초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충북개발공사는 압수수색 자체만으로도 이미 도민의 신뢰를 잃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존립기반은 신뢰다. 신뢰를 잃은 조직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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