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처절한 각성을 듣고 싶다
국민은 처절한 각성을 듣고 싶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5.09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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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번에도 `역시나'로 끝났다. 낯뜨거운 의혹들이 속출했고 후보자들은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국비 출장에 4차례나 가족을 동반하고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위장전입과 세금 체납, 자녀 복수국적,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등 의혹들이 시리즈로 제기됐다.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게서는 영국 대사관 근무 시절 부인이 고가 도자기를 불법 반입해 판매했다는 신종 의혹이 터졌다.

국민들에게 워낙 낯익은 장면이라 관심은 다른 사람이 끌었다. 여야가 1분만에 만장일치로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 7대 원칙에 저촉된 게 한건도 없어 청문회를 무혈(?) 통과한 그를 언론은 `천연기념물'이라고 불렀다. 한 야당 의원은 “비리 없이 살아주셔서 고맙다”고도 했다. 상식적으로 살아온 사람이 장관직을 받으며 찬사를 누리는 장면은 웃지못할 코미디였다.

용역회사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대학생이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하다 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그는 이날 처음으로 위험한 컨테이너 업무에 투입됐지만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고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했다. 현장에 안전 책임자는 없었고 유사 시 도움을 줄 동료도 작업에 동반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젠 국민들에게 익숙해진 비극이 됐다. 2018년 당시 24세의 김용균씨가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작업을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후 정권은 재발 방지에 사활을 걸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유사한 사고는 멈추지 않고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해 현장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으려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경제가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올해 1분기 임금근로자가 1년 전보다 20만6000명 줄었다. 20대 실업률은 10%(40만4000명)에 도달해 역대 최악이다.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진다.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보다 하위 10% 소득은 11만5000원 증가에 그쳤으나 상위 10%의 소득은 257만1000원 늘었다. 두 계층간 자산 격차도 2017년 7억674만원에서 3년만인 지난해 8억4425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아랫목은 갈수록 엄동설한인데 나아졌다는 경제의 훈풍은 윗목에만 불고있다.

지난주 언론을 장식했던 뉴스들을 꼽아봤다. 촛불정부 들어서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대략적인 답이 되지않을까 싶다. 코드 인사의 폐단, 부동산과 일자리 정책의 표류, 더 심해진 양극화 문제, 여전히 OECD국가 중 압도적 1위인 산업재해사망률 등은 달라진 게 없다는 부정적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게 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차가워진 민심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촛불집회 대상이 더불어민주당이었을 것이다.” 그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20대 청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청년이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고 득표율로 당선된 민주당 김용민 수석최고위원은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며 “검찰·언론·부동산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취임 4주년을 맞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기자들도 만난다. 코로나 극복과 남북관계, 부동산 정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구상과 각오가 피력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연설에 국민을 위로하고 안심시킬 감성적 수사 보다는 지금 정권과 국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처절한 각성부터 담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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