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을 오롯이 걸어온 장인에게 바치는 헌사
한 길을 오롯이 걸어온 장인에게 바치는 헌사
  • 박종선 충북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21.05.0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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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종선 충북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멀리 미국에서 한국 영화와 관련된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한국배우 최초로 오스카를 거머쥔 것이다.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사실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의 자랑으로 세계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올해 74세, 데뷔 56년 차로 현재까지도 장르, 상업·독립영화, 주조연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대배우를 수식하는 단어를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연기(演技)의 장인, `연기장(演技匠)'이라는 호칭이 떠올랐다.

감히 아카데미에 비할 수는 없지만 또 다른 영화제 수상 소식도 있다. 2020년부터 충청북도와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은 <충청북도 무형문화재기록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 일환으로 MBC 충북과 협업하여 무형문화재에 대한 2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한 바 있다. 그 중 충북 무형문화재 제16호 궁시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장인의 기록 - 궁시장 양태현>이 제54회 휴스턴 국제영화제(54th WorldFest - Housto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다큐멘터리영화 중편(long-short) 부문에서 금상(GOLD REMI)을 수상한 것이다.

감히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수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 장인이 살아온 인생의 여정을 담아낸 영상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이번 휴스턴국제영화제 수상도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장 윤여정과 궁시장 양태현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들이지만 현재까지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오히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삶이 결이 참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궁시장 양태현은 십 대 때부터 화살 제작을 시작하여 평생 한길만 걸어왔고, 일흔을 넘긴 현재까지도 수 만개의 화살을 만들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충북에 있는 27건의 무형문화재 모두, 이러한 걸음을 걸어온 장인들이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태어난 장인들은 대부분 먹고사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예능을 배우기 시작했고, 시대의 변화와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한평생 업으로 삼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삶 또한 한평생을 영화인으로 살아온 윤여정 배우만큼이나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간직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실생활에서 이를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다. 전통문화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장인들이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과 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 전승 단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무형문화재'는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며 오롯이 한 길만 걸어온 사람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고 보호할 때이다.

충청북도와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은 2020년부터 매년 2건씩 충북의 무형문화재를 기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 수상도 이런 과정 중에 나온 산물이자, 평생 한길을 오롯이 걸어온 장인에게 바치는 헌사라 할 수 있다. 도와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 지역의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록화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결과물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YoUTube) 채널 <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충북 유무형문화재 영상을 접할 수 있으며, 기록화 도서는 충청북도와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누리집을 통해 볼 수 있도록 E-Book을 수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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