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의 아침
농막의 아침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1.05.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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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을 깨우는 청아한 소리.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미명의 아침은 상쾌하다. 간밤엔 비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몰아치는 끔찍한 밤이었건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쾌청하다. 일상들이 시작되지 않아 일체의 소음이 없는 산중의 새소리는 더욱 맑게 들리고 산소가 충만한 초록빛 잣나무 숲이 싱그럽다.

새소리에 나도 기상을 서둘러야 한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땅콩밭을 지켜야 한다. 밤새 굶주렸던 새들은 우리 땅콩밭이 식당인양 몰려든다. 종류도 여럿인데 비둘기, 꿩, 까치, 어치, 콩새 들이 주를 이룬다. 참새나 멧새, 박새, 직박구리 등은 몰려오긴 해도 땅콩과 같이 씨앗크기가 1cm나 되는 땅콩은 먹지 못하고 쪼아만 놓는다.

문을 나설 때는 언제나 그렇듯 활을 챙긴다. 이성계는 날아가는 새도 맞혔다고는 하나 솔직히 활로 새를 잡는다는 것은 무리다. 다만 화살이 타킷 맞는 소리로 새를 쫓아내자는 심산이다.

새를 쫓기 위해 독수리 연을 두 마리나 날려놨고 허수아비도 만들어 놓았으나 큰 효과가 없나 보다. 독수리 연이 날고 있는 그 밑의 땅콩도 파먹었고 허수아비 머리에 앉아 짹짹거리니 이미 그들은 속임수라는 걸 간파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소리도 지르고 호루라기를 불어도 꿈쩍 않는다. 결국 곁에까지 쫓아가야 비로소 포르르 날아가 조만큼 날아간다. 땅콩밭은 길이가 100m나 된다. 이쪽에서 쫓으면 반대편 밭머리로 날아가 또다시 파먹는다. 정말 못 말리는 새들이다.

국조 까치. 우리나라에서 까치는 과학부가 국제조류보호회의(ICBP) 한국본부와 관계 학계의 후원을 얻어 시행한 `나라 새' 뽑기 공개응모에서 2만 2,780여 통 중 9,373통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 나라 새로 뽑혔다. 나라 새는 애조 사상(愛鳥思想)을 고취하며 민족을 상징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까치는 우리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친근한 새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 새이다. 길조라고도 한다. 아침에 까치가 울안에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한다. 도시의 새로도 유명하다.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요즘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다. 쓰레기를 뒤지며 이것저것 주워 먹어 잘 날지 못할 만큼 살이 쪘다는 의미로 닭둘기, 배설물과 깃털로 각종 세균을 옮길 수 있다는 뜻에서 쥐둘기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사람들이 비둘기가 사람에게 해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건강에 나쁘다는 생각 때문이다. 비둘기의 배설물은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건조된 뒤 가루가 되고, 공기 중에 날리게 되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각종 병균을 사람에게 전파할 수도 있다. 비둘기의 우리에서 발견되는 빈대, 진드기, 벼룩 등도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는 주장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인수공통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

아름답기로는 꿩이 으뜸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파견된 미군 부대 중 최전방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에서 상업미술을 하는 김영수 화백은 꿩 그림을 자주 그렸다. 미군들이 가장 잘 사가는 그림이 한국의 텃새 수컷 꿩 장끼였단다. 몸은 갈색인데 짙은 하늘색의 가는 목에 눈부시게 흰 목댕기를 두른 듯한 멋지게 생긴 꿩이다. 꿩 꿩하며 소리를 지를 때면 산이 찌릉거리도록 우렁차다.

비바람에 독수리 연의 부러진 활대와 찢어진 날개를 보수하면서 흉조로 바뀐 길조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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