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자유 수호하는 미얀마의 콧수염 형제들
웃음으로 자유 수호하는 미얀마의 콧수염 형제들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05.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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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버마! 미얀마!로 불리고 있는 나라가 있다. 1983년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버마'를 더 친숙해할 것이고, 1989년 이후에 학교생활을 했으면 `미얀마'로 배웠을 나라, 미얀마! 미얀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기이하다 할 정도로 궤를 같이하는 역사를 가졌다.

1948년 독립 전까지 63년을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고, 목숨을 다해 얻어낸 독립 후에는 불안정한 정세를 틈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다. 군부독재는 석유 및 풍부한 지하자원 생산으로 아시아 1위 부국 반열에 있던 미얀마를 빈곤국가로 전락시킨다.

우리 국민이 그러했듯 미얀마의 시민들도 민주화와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로 저항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버마 민족민주동맹을 집권당으로 만들며 정권 교체를 실현시키려 했다. 그러자 위기를 느낀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2021년 2월 다시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다. 미얀마 국민들도 다시 거리로 나왔고, 무차별 탄압으로 총상을 입은 19세 소녀의 죽음을 시발로 미얀마 시민들의 의로운 희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고 있다.

끈질기게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군중의 역사는 해방, 북한과의 내전, 3·15 부정선거, 군부의 집권, 이에 맞서 자유와 민주를 지키기 위한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역사와 다르다 할 수 없다. 그러기에 그들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저항은 비폭력, 폭력, 남녀노소, 시대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형태들이다. 그림책 <콧수염 형제/내인생의 책/2014>는 자유를 위해 웃음으로 맞서고 있는 미얀마 코미디언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책이다.

“왕이 백성을 꼭두각시처럼 이용하거나, 변덕을 부리거나 정직하지 못할 때 콧수염 형제는 행동에 나섭니다.”

콧수염 형제는 나쁜 왕을 본뜬 인형을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공연을 한다. 현실을 뒤집어 왕이 백성의 꼭두각시가 되는 인형극을 하며 국민들에게 웃음 폭탄을 준다. 이를 불편히 여긴 독재자는 말로 저항하는 콧수염 형제의 혀와 팔과 다리를 자르지만, 그들은 소리 없는 연극으로 때론 그림자 연극을 하며 저항을 이어간다. 그러다 감옥에서 죽기도 한다.

“그래도 또 다른 콧수염 형제가 나타나요. 새 꼭두각시를 들고… 새로운 웃음을 가지고서요.”

“콧수염 형제라고 모두 콧수염이 있는 건 아니에요. … 진짜 형제가 아니어도 모두 콧수염 형제예요.”라고 작가는 이야기 처음과 말미에서 말한다. 여기에 덧붙인다.

“왜 콧수염이냐고요? 콧수염은 잘라도 늘 다시 자라잖아요!”

콧수염 형제는 세 명도, 천 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 어느 나라나 어떤 시대에도 있다. 콧수염 형제는 지금, 수천 명이 되어 미얀마에서 외치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선거를!

가위를 든 독재자는 여전히 미얀마에서 수염과 혀를 자르고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를 자르고 있다. 그들의 기득권과 이익을 위해서. 이 책이 프랑스인 알렉스 쿠소가 쓰고 프랑스인 샤를 튀테르트르가 그리고 프랑스에서 출간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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