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한 번 더
  • 한기연 수필가
  • 승인 2021.05.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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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며칠 전부터 버리려고 분리해 놓은 쓰레기를 가지고 밖으로 향했다. 쓰레기가 모여 있는 기둥을 몇 발짝 앞에 두고 `후다닥' 날쌔게 도망치는 고양이 때문에 기겁을 하고 놀랬다. 쓰레기를 버리려다가 봉투를 헤집고 음식물을 뒤지는 고양이를 보는 게 예삿일이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돼 놀라곤 한다.

오래전 TV 프로그램 `환경 스페셜'에서 쓰레기에서 금맥을 찾듯 자원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어린이 환경 전시관인 `캐니 빌리지'였다. 지금은 전시관 이름이 `다시 쓰는 세상 순환자원홍보관'으로 바뀌어 자원순환의 중요성과 자원재활용의 필요성을 알리는 환경문화교육장이다. 환경과 자원에 대해 놀이와 체험학습을 통해 익히면서 어린 시절부터 재활용 습관을 키우는 것은 자원순환스타일을 만드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며 환경을 지키는 일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누구에게는 쓰레기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평소에 재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무궁무진한 재활용의 세계가 있음을 알고 놀랐다. 물론 지역축제에서 난타공연을 통해 드럼통, 빨래판, 방망이 등이 다양한 소리와 어울려져 멋진 연주로 탄생하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버려지는 파이프로 악기를 만들고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통을 이용해 지붕을 만드는 재활용 건축은 낯설었다. 또한 버려진 옷으로 가방을 만들고 가죽소파로 지갑을 만드는 등 새롭게 리메이크되어 파는 옷가게도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남이 입던 것은 기분이 개운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새로운 것으로 탄생된다면 구입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활용으로 멋진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정크아트'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몇 군 데서 그것을 볼 수 있는데 한 휴게소에는 고무 타이어와 숟가락, 버려지는 폐기물을 이용하여 거대한 공룡이라든지 골프채를 든 사람 등 멋진 예술작품이 놓여 있다. 그 옆에서 기념사진이라도 찍고 싶을 만큼 훌륭하다.

요즘 개인적으로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영어로 up-cycling은 `새활용'이라고도 하는 데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작년에 예술지를 편집하면서 `새활용'이란 단어가 오타인 줄 알고 고쳤더니 맞는 단어라고 해서 부끄러웠다. 사회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환경을 생각하는 공예수업에 눈길이 갔다. 버려지는 자원을 한 번 더 활용하는 방법으로 공예와 연결지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해 보게 되었다. 투명 컵을 활용한 수업에 고민을 해 보고, 버려지는 양말 목으로 다양한 생활 소품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서 신기하고 완성된 작품에 매료됐다. 환경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면서 지속 가능한 소비인 예술적 창조성과 환경가치를 더한 제품을 생산하는 친환경브랜드도 여러 곳 있음을 알게 됐다.

평소에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한번이라도 더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두고 쌓아두는 성격이었는데 이젠 더 생각해 보고 버리게 됐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서도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쓸 만한 게 없는지 살펴본다. 분리된 자원 앞에서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활용 방법을 생각해 본 후 몇 개를 꺼내서 챙겨 온다. 광산에서 금맥을 발견한 것처럼 마음이 흡족하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환경에 가치를 더하는 예술을 덧칠하며 `한 번 더' 버려지는 것의 재탄생을 응원하고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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