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 경찰, 소모적 갈등 멈추고 정부 설득나서라
충북도 - 경찰, 소모적 갈등 멈추고 정부 설득나서라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5.03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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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의 눈
입법 절차로 갈등 표면화 … 후생복지로 확전
문제본질은 자치경찰제 졸속 추진 정부 탓
첨부용.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임용환 충북경찰청장이 20여분 간의 긴급 회동을 끝낸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4.06. /뉴시스
첨부용.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임용환 충북경찰청장이 20여분 간의 긴급 회동을 끝낸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4.06. /뉴시스

 

자치경찰제 도입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으로 몇 달째 충북지역 사회가 시끄럽다. `충북도 자치경찰 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충북도와 경찰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조례 입법예고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로 표면화한 갈등은 후생복지 문제로 확대됐다.

충북도는 3일 도의회를 통과한 자치경찰 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법과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에 위배된다는 판단에서다.

문제의 핵심은 도는 후생복지를 지원할 수 있는 경찰의 범위를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으로 한정한 반면, 경찰은 자치경찰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경찰이 대상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대상자수 차이는 10여명 대 2000명 안팎으로 크다. 연간 1인당 90만~160만원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예산만 2000만원과 40억원 안팎으로 괴리가 크다.

도는 지방자치법상 국가공무원인 경찰에 대한 후생복지를 지원할 근거가 없다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법에 위반되는 사실을 알고서도 조례를 제정할 수 없다는 원칙론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반면 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자치단체에서 자치경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16개 시·도에서도 경찰의 의견을 수렴해 조례를 제정했는데 유독 충북만 딴지를 건다는 불만도 팽배해 있다. 수직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찰 내부에서 충북경찰의 위상추락이 우려된다는 위기의식이 읽힌다.

양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만 놓고 해석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양측의 갈등은 도의 자치경찰조례 입법예고과정에서도 한 차례 분출된 바 있다.

도는 지난 3월 23일 주무 관청인 충북경찰청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찰입장에선 조직이 무시당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전에도 일부 조례안 문구를 놓고 이견이 있긴 했지만, 입법예고 전에 충분한 협의가 진행됐으면 하는 절차상의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충북지역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들은 도청 정문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고, 4월 6일에는 임용환 충북경찰청장이 이시종 충북지사를 만나 경찰 측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양측 모두 나름의 명분을 내세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이 문제의 본질은 알고 있다. 자치경찰제 출범을 위한 틀이 허술한 탓이다. 정부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당시 이 문제에 대한 조항을 명시했으면 없었을 갈등이다. 자치경찰에 대한 후생복지가 필요한 것도 안다. 다만, 국가가 부담해야 할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

도 역시 재의요구안에서 “도는 도경찰청 및 시군경찰서 자치경찰사무 담당공무원에 대한 후생복지 지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자치경찰사무 담당공무원에 대한 후생복지 의무를 자치단체에 전가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소모적인 논쟁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도와 충북경찰청이 후생복지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정부를 상대로 공동 설득작업에 나서면 된다. 지역사회의 분열만 일으키는 갈등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

도가 재의를 요구하면서까지 갈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재의를 요구한다면 갈등국면은 도의회까지 확대될 게 뻔하다. 도의회 내에서도 찬반의견이 분명히 있다. 정부의 미흡한 정책으로 인한 갈등이 도와 경찰을 넘어 지방의회가 분열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결론적으로 자치경찰 예산문제는 정부에서 분명하게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 지방정부의 운영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게 중앙정부의 역할이다. 도와 충북경찰도 상대 측을 배려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배려 없는 갈등 해소는 없기 때문이다.

/석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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