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라는 세계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5.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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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오른손 쫙 펴면 5월이 되고요, 왼손을 짝 펴면 5일이 되지요~♪♬'

어릴 적 내가 자주 부르던 동요 `어린이날'이다. 엄마를 졸라서 겨우 다닌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이고, 오른손을 쫙 펴고, 왼손을 쫙 펴며 머리를 좌우로 갸우뚱거리는 배우기 쉬운 율동이 노래 부르는 재미를 더해주었기에 어린 나의 애창곡 중 하나였다.

내가 어린이였을 때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날은 손꼽아 기다리는 행복한 날 중 하나이다. 평소보다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고,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영화를 종일 방송해주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날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우리 집에도 어린이가 두 명 있다. 작은 손과 발, 작은 얼굴, 모두 다 작은 몸집의 어린이. 어느덧 많이 자라 5학년, 3학년이 되었지만, 내 손의 1/2밖에 되지 않는 앙증맞게 작은 손으로 못 하는 것이 없는 어린이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어린이라는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한 장씩 넘기며 그것이 나의 착각임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린이의 인권, 어른에게는 불편하지 않지만 어린이는 어려웠을 여러 가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에는 어린이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고 어린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중 `시간이 흐르면' 어려웠던 일이 쉬워지기도 한다는 `현성이의 신발끈 묶는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신에 서툴고 느려서 일부러 꾸물대는 것처럼 보여 어른들은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신발을 신을 때도 왼쪽일까 오른쪽 일까를 골똘히 생각해야 하고, 신발 뒤축이 구겨지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잡으려다 손가락이 빠지지 않아 끙끙대며 신발을 겨우 신으며, 신중하게 여러 번 감아 묶어도 몇 걸음 걷지 않아 스르르 풀리는 신발끈 때문에 속상하다. 어른들에게는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라 서툰 아이들을 윽박지르며 재촉하곤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할 수 없는 일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쉬워지는 법인데, 어린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느긋하게 기다려 주고,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얘기한 적이 없는 어른인 것 같아 부끄럽다. 어른의 시선으로 어린이를 바라보고, 어른의 기준으로 어린이들을 대하는 못난 어른이라 미안하다.

작가의 말대로 어린이날 하루만큼은 인종, 종교, 성별, 부모 재산의 여부 등의 사회적 잣대에 의해 정해진 기준에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어린이의 명랑함으로, 어린이의 순수함으로, 어린이의 사랑스러움으로 이 세상 모든 어린이는 기쁘고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어린이라는 세계에 대해 궁금한 분은 따뜻한 봄날, 나무 그늘이 주는 쉼의 공간에서 똑똑똑 책을 노크해보길 바란다. 다정한 관찰자로 어린이를 최대한 성심으로 돕는 진실한 어른의 마음을 가진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이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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