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하나씩 품고 있는 `아리랑'
가슴 속에 하나씩 품고 있는 `아리랑'
  • 윤나영 충북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1.05.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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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윤나영 충북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이 큰 화제다. M본부의 `놀면 뭐하니?'란 프로그램에 200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던 그룹 SG워너비가 출연하며, 그들이 불렀던 10여년전의 노래가 다시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였다. 그날 방송된 여러 곡 중 유난히 필자의 귀를 사로잡는 곡이 있었으니 바로 `아리랑'이란 곡이었다. 그 방송에서 이 곡이 유난히 빛을 발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현재 `놀면 뭐하니?'가 유지하는 콘셉트과 이 곡이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번 새로운 콘셉트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놀면 뭐하니?'의 이번 콘셉트는 바로 우리의 전통문화이다. 한복을 응용한 MC의 복장부터 시작하여 무대나 소품까지 전통적이 아닌 것이 하나 없다. 자칫 올드하게 보일수 있지만 오히려 대중들은 이런 전통 가득한 분위기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그건 이런 설정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한 제작진의 시원한 반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자국 소수민족의 문화라 주장하며 흡수하려는 수작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문화공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2002년 고구려를 거쳐 발해로 이어지는 한국고대사를 중국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05년에는 우리나라의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등재에 반발하여 2009년 중국의 단오절을 `용선축제'라는 명칭으로 등재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우리의 농악을 중국이 먼저 `조선족 농악무'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1년 중국은 아리랑, 판소리, 가야금 예술, 씨름, 널뛰기와 그네뛰기, 전통혼례, 회갑연 등 17개의 무형 문화유산을 묶어 `조선족 무형유산'이란 이름으로 중국 국가급 비물질문화 목록에 등록시켰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가 무형문화재 등록과 같은 의미이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한복과 김치 역시 이때부터 중국 비물질 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최근 불거지는 중국의 문화공정은 이미 10여년전부터 준비되어 온 것이라 할수 있다.

중국의 문화공정 중 가장 크게 이슈화 된 것이 바로 `아리랑'이었다. 중국은 2011년 `아리랑'을 <阿里郞>이란 이름으로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하면서 세계유산 등재의 토대를 갖추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2011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아리랑은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반도에서 60여종 3600여건의 아리랑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아리랑은 강원도 도지정 무형문화재인 `정선 아리랑' 한건 뿐이었으며 국가 무형문화재에는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이는 당시의 무형문화재 정책이 원형보존의 원칙을 중심으로 하였기 때문으로 국민 누구나 부르는 아리랑이었기에 오히려 원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국가 무형문화재로 등재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아리랑을 지키려는 국민적 염원과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0년 우리나라가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를 세계유산에 등재시켰으며 무형문화재 관련 법을 개정한 후 2015년에는 국가문형문화재 129호로 등재하여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킬수 있게 되었다.

중국에 비해 제도적 보호가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리랑이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될수 있었던 것은 여러 세대에 걸쳐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노래일 뿐만 아니라 현대 문화로서 다양하게 창작되어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SG워너비의 `아리랑'은 무형문화재 `아리랑'과 전혀 다른 곡이다. 하지만 전주와 반주에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만으로도 가슴 속 무엇인가가 울컥하는 것은 누구나 마음 속에 `아리랑' 하나쯤은 품고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날 유재석이 말했던 “뭔가 충천되는 느낌”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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