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이의 충고
친한 사이의 충고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4.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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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가족과 친구 등 친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소원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보다, 너무 허물없이 가까워져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문제 대부분은 하지 않아야 할 말들을 별생각 없이 툭 던짐으로써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이 아닌 말은 하지 않아야겠지만, 그 말이 사실일 경우에도 굳이 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할 때는 침묵이 금이다.

상대가 충고를 받아들일 여지가 없음에도 굳이 충고함으로써, 그 말을 듣는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그렇게 상한 감정이 제2 제3의 감정으로 번지면서 서로의 관계가 어색해지고 경직되는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가족과 친구 사이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절을 잘 지켜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흉허물이 없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간에도 서로가 지켜야 할 선(線)을 넘지 않아야 하는 까닭에, 삼강오륜(三綱五倫)은 부부 사이에서도 마땅히 지켜져야 할 도리가 있다는 의미의 부위부강(夫爲婦綱) 및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강조한 부부유별(夫婦有別)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 사이라고 해서, 말을 해야 할 때와 하지 않아야 할 때가, 일반적 관계에서와 달리 특별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친한 사이일수록 습관적으로 별생각 없이, 심사숙고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쉽게 감정 섞인 말들을 입 밖으로 낼 여지가 크기 때문에 더 조심하라고 역설하는 것뿐이다.

공자님은 제자인 자공이 친구 사이의 우정에 대해서 질문하자, `忠告而善道之(충고이선도지) 不可則止(불가즉지) 無自辱焉(무자욕언)'이라는 말씀을 하신다. 충심으로 일러주고 잘 인도하되, 그 충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즉시 멈춤으로써, 스스로 욕되게 하지 말라는 의미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상대가 진심 어린 충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말을 멈추는 것이 상책이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고집하며, 끝까지 자신의 견해를 관철하려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친구를 위해 충고하겠다는 애초의 좋은 뜻은 사라지게 되고, 서로 의만 상하는 결과를 낳게 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공자님께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충고는 즉시 멈춤으로써 스스로 욕되게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자신의 간곡한 충고를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섭섭해할 필요가 없다. 상대를 위해서 꼭 필요한 말을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잘 이야기 할 뿐, 그 말을 상대방이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고 말고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자님께서는 `人不知而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즉,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역설하신 바 있다.

주변의 친한 사람에게 충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서면, 최대한 친절하게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설명해 줄 뿐, 상대가 그 충고를 꼭 받아들이도록 강제하거나, 상대가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며 화를 낼 필요는 없다. 불가(佛家)의 가르침처럼,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물을 먹고 말고는 그 말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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