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서 살아가는 기쁨
우리 동네에서 살아가는 기쁨
  • 오재숙 충주시 연수동 10통장
  • 승인 2021.04.28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오재숙 충주시 연수동 10통장
오재숙 충주시 연수동 10통장

 

해가 갈수록 꽃에 대한 정이 커져 간다.

얼마 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군자란에 주홍색 꽃이 피었다 금세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의 아쉬움을 느끼는가 하면 녹보수 화초에 하얀 꽃 잎사귀가 얼굴을 내미는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이런 마음을 품는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니지 싶다. 우리 마을의 자그마한 골목 어귀 새롭게 자리 잡은 화단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나 그렇듯이 우리 마을에도 한편에 마련된 쓰레기 배출장소가 사람들에게 은근한 골칫거리가 되어왔었다.

배출규칙에 맞춰서 내놓아도 깔끔해 보일까 말까인데, 분리수거는커녕 제멋대로 불법투기한 쓰레기들이 적치돼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빈번한 탓에 통장으로서도 영 고민이 되곤 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셨던 걸까? 근처에 있는 경로당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그 자리에 예쁜 봄꽃 심기에 나섰다. 전봇대를 지저분하게 타고 올라간 넝쿨을 제거하고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던 쓰레기도 깨끗이 정리했다.

그때 함께 행정복지센터에서 준비해 준 꽃을 심으며 느낀 감동이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으리라.

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쌓인 쓰레기들이 내게 50배의 고통을 안겼다면, 이제는 빼곡히 들어찬 꽃들이 500배의 기쁨을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앙초등학교 정문 앞에 자꾸만 쌓여가는 쓰레기 배출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능단체에서 직접 나섰다.

인근 주민들에게 각자의 문 앞에 쓰레기를 배출하는 방법을 홍보하고 불법 쓰레기를 수거하며 깨끗한 거리 만들기에 앞장서는 모습이 같은 연수동 주민으로서 자못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이에 더해 충주시에서 공원과 학교 주변 등 주민들의 눈이 닿는 곳곳에 봄꽃을 심는 활동에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하며 아름다운 연수동에 한 획을 더했다.

내년이 되면 연수동 여기저기에서 수북하게 피어오를 꽃잔디를 떠올리면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길을 걷다 마주친 쓰레기 배출장소 옆의 자그맣지만 따뜻한 온기를 뽐내는 꽃밭이 내게 인사한다. 그 앞에 세워 놓은 `꽃밭'이라는 팻말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당당해 보인다.

그리고 자식을 바라보듯 애정어린 눈으로 꽃밭을 둘러보는 경로당 어르신들의 뒷모습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품게 된다. 그동안 통장 일을 해오면서 진작 이런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하나씩 우리 동네의 숙제 거리를 찾아내고 풀어내자고 다짐도 해 본다.

살아가면서 많은 기쁨이 있다지만, 꽃을 심고 기르며 그 아름다움과 만나는 기쁨만 한 것도 없으리라. 그리고 그 꽃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마을을 사랑하는 이웃들의 봄처럼 따사로운 마음속의 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동네, 연수동에서 살아가는 작은 기쁨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