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단상
신발 단상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1.04.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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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날씨가 따뜻해져 계절에 맞는 신발을 찾아보았다. 신발장에 신발은 많았지만 막상 신으려고 보니 색상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어딘지 좀 불편하고 어떤 신발은 옷하고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한 신발이 사놓고 오랫동안 신지 않던 굽이 없는 가죽신이다. 가볍고 색상도 오늘 입은 의상과 잘 맞는 것 같았다.

멋을 아는 이는 신발부터가 남다르다. 반짝반짝 광을 낸 구두를 신은 남자나 나이를 불문하고 높은 힐을 즐겨 신는 여자들을 보면 참으로 멋져 보인다. 신발이 그럴 진데 옷차림이야 말해 무엇 하랴. 신발에 맞춰 옷매무새 또한 누가 보아도 멋쟁이라 할 수 있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 중 한 사람도 멋진 옷차림에 언제나 굽이 조금이라도 높은 구두를 선호하는 사람이다. 그녀를 볼 땐 부러운 마음도 가끔 들었다. 너무 편한 나의 차림새가 그녀에게 실례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어린 시절 우린 고무신을 신고 자랐다. 물론, 운동화를 신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검정 고무신이었다. 운동화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 처음 신었던 것 같다. 고무신은 볼품은 없어도 좋은 점도 더러 있었지 싶다. 고무줄놀이나 모래밭에서 놀 때도 부담이 없었으며 물놀이할 때 젖어도 운동화처럼 말려야 하는 걱정이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흰 고무신을 씻는 일은 내 몫이었다. 수세미로 문질러 깨끗이 씻은 뒤 가지런히 세워둔 흰 고무신을 보면 마음마저 깨끗해진 듯했다. 언젠가 냇가에서 놀다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려 냇가를 오르내리며 오후 내내 찾아다닌 기억은 지금도 그때 아쉬웠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신발만큼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할 게 있을까 싶다. 오래전 아이들 키우느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다가 어느 정도 자라 아이들을 떼어놓고 다닐 수 있을 무렵 친구들과 만나는 계기가 있었다. 결혼 후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었으며 모두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옷차림에 신경이 쓰였다. 모처럼 만나는 친구들에게 추레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것저것 옷장에 옷을 꺼내어 입어보고 그 중 괜찮다 싶은 옷을 입고 평소에 잘 신지 않던 굽이 조금은 있는 구두를 신고 나갔다.

신발이 문제였다. 친구들과 만나 점심을 먹고 우리는 근처 벚꽃 길을 걷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이 즐거워 기분이 한층 들떠 있었다. 천변을 따라 때마침 만개한 벚꽃 길은 길게 이어져 한참을 걸어도 끝이 없는 듯했다. 모처럼 꽃놀이에 빠져 신이 난 친구들에게 신발이 불편해 발이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도 못하고 그날은 고생을 많이 한 하루였다.

이제 편한 신발만 찾게 된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걷기에 편한 신발을 선호한다. 편한 신발에는 옷차림 또한 스커트 보다는 바지를 많이 입게 마련이다. `흔히 하는 말로 예쁜 신발을 신으면 신발이 예쁜 곳으로 데려다 준다.' 는 말도 있다. 예쁜 신발을 신으면 맵시도 나고 발걸음도 달라 보인다. 그렇지만 걷기를 즐기는 터라 멋스러움은 살짝 뒤로한 셈이다. 건강을 위해 발이 편한 신발을 신고 오늘도 아름다운 봄날을 만끽하며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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