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구도 영원할 것 같나?
양당 구도 영원할 것 같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4.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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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난형난제(難兄難弟).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고 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행보를 보노라면 이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선거 후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유권자들은 승자인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고, 패자인 민주당을 위로할 의사도 없어 보인다. 두 정당 모두 정체 아니면 하락세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두 당은 선거가 끝나자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들어 쇄신에 오로지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약속은 간데없고 퇴행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헌을 바꿔가며 후보를 내고 가덕도 신공항까지 급조해 띄우고도 완패했다. 처참한 결과에 짐짓 놀라는 척했으나 초선 의원 몇몇이 반성문을 발표할 때까지가 전부였다. 그들은 반성문 한 대목에 조국 전 장관을 거론했다가 모진 문자 폭탄을 맞고 자신들의 만용에 대한 용서부터 구해야 했다. 강성 당 지지자들로부터 `초선 5적'으로 몰리며 탈당을 요구받았지만, 당에서 어떠한 바람막이도 구하지 못했다. 그들의 `고립무원'은 선거결과에 대한 민주당의 무딘 감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내놓은 대책들은 대체로 공허했다. 부동산정책 실패를 패착으로 본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고 재산세 감면 특례기준도 높이는 쪽으로 기운다. 그러나 부동산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허물고 `부자 감세'로 돌아섰다는 서민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등을 돌린 20대 남성을 되돌리기 위한 대책으로 여성도 군복무를 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나아가 22년 전 위헌 결정으로 폐기된 군가산점제를 부활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20대 이반의 원인을 성 차별 정도로 본 모양이다. 쇄신책이 아니라 한치 앞만 보는 단견이 아닐 수 없다.

국민 피로도를 높였던 개혁 집착증도 여전한 모양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차기 검찰총장 인선 기준을 놓고 `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을 강조했다. 누굴 염두에 둔 말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검찰 총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상식론과 대치되는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며 고개를 낮추고 “혁신의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고 했지만 시늉에 불과했다. 혁신은 뒷전이고 당권 경쟁에 골몰하고 있다. 계파끼리 티격태격하며 신경전을 펼치자 물러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아라시판'이라고 조롱했다. 다음에 꺼내 든 게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사면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받을 정도로 위법을 저질렀느냐”는 옹호 발언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총선 용이긴 했겠지만, 잘못된 과거를 용서해 달라며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던 게 불과 4개월 전이다.

보선에서 이겼다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빨리 입당하라며 어깨에 힘을 주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제1야당의 참담한 입지부터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면 윤 전 총장은 제발로 찾아올 것이다.

두 정당 모두 지난 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이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라 서두에 `난형난제'라는 표현을 썼다. 치열하게 쇄신 경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두 당이 담합해 현실 안주와 구태의 반복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 같다. 하나는 어느 정당도 상대를 자극해 긴장시킬 실력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대의 부진을 추월의 호기로 삼지 못하고 나태의 구실로 삼아 동반자가 돼버리는 식이다. 또 한 가지는 양당 체제에 익숙해진 유권자들이 결국 우리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오만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두 당이 무능과 착각으로 허송하면 유권자들이 양당체제 자체를 심판할지도 모른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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