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도 저럴 때도 너는 너인 것을
이럴 때도 저럴 때도 너는 너인 것을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04.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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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구숙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사람은 각각 다르다. 관찰하는 방법도 다르고, 대응 행동 양식도 다르고, 사고하는 양상도 다르다. 많지도 않은 우리 집 두 아들도 그러하다. 큰아이는 면밀히 살핀 후 할지 말지를 결정 한 후 행동으로 옮기는 반면 작은아이는 무조건 직진이다. 할 수 있고 없고는 나중 문제고 일단 해 봐야 했다.

엄마와 아빠의 기질을 따지기 전에 나는 두 아이에게 대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했다. 작은아이가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큰아이에게는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 주기를 선택했고, 작은아이에게는 위험 요소를 없애 줘야 했다. 작은아이를 더 세심히 살펴봐야 했고 눈 맞춤과 포옹도 더 많이 해야 했다. 분출하는 감정을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했기에 택한 방법이었다.

그림책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가브리엘레 클리마, 자코모 아그넬로 모디카/그림북2020>도 첫 문장에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답니다. 똑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어요.'라고 명시하며 시작한다.

그림책의 특징 중 하나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는 거다. (그렇다고 이야깃거리가 간결하다는 건 아니다.) 거기에 생각할 거리마저 더 해 줘 같은 책을 다섯 번 이상은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작가는 아이들이 타고난 기질을 동물에 빗대어 설명해 주고 대응 방법도 넌지시 알려 준다. 우리 큰 아이는 어렸을 적에는 고양이 같은 아이였다. 활달하지만 수줍음도 많이 탔다. 그러더니 사춘기 때는 고슴도치 아이가 되어 가시로 수없이 찌르더니 이제는 술 한 잔 걸치고 들어오면 파리 같은 아이가 되어 내 주변을 맴돌며 애애앵~~ 소리를 낸다. 고양이 같은 아이였을 때도, 고슴도치로 변했을 때도, 파리가 되어 수다를 떨어대도 여전히, 늘 변함없이 이 아이는 나의 큰아들이다.

기질은 타고난다고 한다. 거기에 성장과 함께 학습하면서 생긴 긍정적, 부정적 특성들이 더 해져 한 개인의 포괄적 특성인 성격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렇듯 성격은 여러 가지 유전적 특성이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는 것이기에 한 가지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때에 따라 역할에 따라 달리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자아탄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질에 대한 연구는 동?서양과 고금을 불문하고 이루어졌다. 기원전 히포크라테스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 4종의 체액량 균형으로 우리 몸의 특성을 설명 한 사체액-설死體液-說을 주장한 의학이론이 있었다. 체액들 중 모자라거나 넘치는 정도에 따라 기질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 또한 있다. 조선말 한의학자 동무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에서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으로 나누어 4체질을 설명한 바 있다.

이 기질의 차이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성립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성격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유아 시절에는 특히나 더 그러하다고 한다. 성장 단계에 따라, 주변 상황에 따라 우리 아이들은 사자가 되기도, 두더지가 되기도 금붕어 같은 아이가 되기도 한다. 그 모든 때의 아이가 늘 우리 아이 임을 잊지 말고, 살피고 기다리라고 작가는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엄마와 아이,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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