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 큰 진화
작은 변화 큰 진화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1.04.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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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48파운드나 되는 국궁을 당기기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이 개량된 활을 사주었다. 컴파운드 보우다. 컴파운드 보우는 석궁과 더불어 변형된 활이다. 일반 활보다 위력이 세지만 실제로 다루는 데는 힘이 절반도 들지 않는다. 컴파운드 보우는 사냥용이나 레저용으로 널리 쓰는 기계식 구조를 가진 활이다. 기본 원리는 보통의 활과 별로 다르지 않지만, 활줄의 구조가 좀 특이하다. 활줄이 보통 2~3개 있으며, 흔치는 않지만 모델에 따라 5줄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보통 활시위는 캠에 거의 한 바퀴 감겨 있고, 캠과 반대쪽 림을 이어주는 케이블 한 쌍이 활시위 옆으로 치우쳐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도르래가 있고 X자가 있는 등 활줄이 세 줄이 보이는 이유는 이런 복잡한 구조 때문이다. 흔히 활줄 한 가닥이 도르래를 거쳐서 감겨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컴파운드 보우는 미국 미주리 북부에 살던 앨런과 그의 아들이 사슴사냥을 갔을 때, 불과 10여 m 전방까지 다가온 사슴에게 화살을 발사할 때마다, 활줄 튕기는 소리에 놀란 사슴이 재빠르게 몸을 뛰어 달아나는 까닭에 번번이 사냥에 실패하였다. 이에 앨런은 더 나은 활 제작에 착수하였다. 1969년 특허 등록이 되었고, 1973년부터 시판되기 시작하였다. 다른 활보다 강한 장력의 활대를 쓸 수 있고, 같은 크기의 다른 활에 비해 당기는 길이가 길어서 보다 강력하다.

사실 컴파운드 보우 자체는 리커브 보우에 비해 특별히 강한 건 아니다. 결국, 활의 힘은 활대가 좌우하고 활대의 장력과 당기는 길이가 같다면 어떤 종류의 활이던 위력은 같다. 하지만, 구조상 컴파운드 보우는 일반 활에 비해 같은 크기 내에서 훨씬 강하게 만들 수 있다.(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활의 크기가 늘지 않아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활보다 화살에 실리는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많이 실어줄 수 있다 보니 그만큼 위력이 좋다.

활의 위력은 활대의 장력과 당기는 길이에 비례한다. 당기는 힘은 사람이 직접 당기는 만큼 일정량 이상으로 올릴 수 없기에, 결국 그 이상 위력을 올리려면 당기는 길이를 올려야 한다. 여기까지는 리커브 보우든 컴파운드 보우든 조건이 똑같다. 문제는 당기는 길이로, 활대와 시위의 각도가 일정각을 넘을 수 없기에 리커브 보우는 활을 크게 만들어야만 위력이 올라가는데, 당연히 일본 화궁이나 잉글리쉬 롱보우 같은 큰 활은 사용하기 불편하다. 반면 컴파운드 보우는 구조상 활의 크기가 크지 않더라도 캠의 크기만 길면 당기는 길이를 충분히 늘일 수 있어, 최대로 당겼을 때 캠 두 개가 맞닿지 않을 정도 안에서 얼마든지 작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같은 크기라면 컴파운드 보우가 일반 활보다 훨씬 강하다.

또한 컴파운드 보우는 끝에 달린 바퀴의 캠 구조 덕분에 처음에 당길 때의 힘이 리커브 보우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다. 이때 필요한 장력의 최대치를 피크 웨이트라고 하는데, 이 피크 웨이트가 그 활의 드로우 웨이트다. 컴파운드 보우라고 당기는데 전혀 힘이 들지 않으면서 엄청난 위력을 내는 기적의 활은 아니다. 사실 당연한 게 그 힘을 이용해서 화살을 쏘는 거니까. 대부분 구조상 피크 웨이트가 활줄을 절반쯤 당겼을 때에 나오는데 인체구조상 관절을 반쯤 구부렸을 때 가장 강한 힘을 내므로 결과적으로 보다 큰 장력을 가진 활대를 쓸 수 있다. 리커브 보우라면 50파운드를 당길 수 있는 사람이 컴파운드 보우라면 그 이상의 장력을 가진 활도 당길 수 있다.

요즘 컴파운드 보우 쏘는데 푹 빠졌다. 무엇보다 큰 힘이 들어가지 않아 좋고 과녁에 맞는 정확도가 높아 레저스포츠로 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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