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우물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4.20 1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김유신의 진천 생가터에 연보정(蓮寶井)이라는 우물이 남아 있다.
생가터에서 태령산 방향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우측에 화랑정이라는 국궁장이 나온다.
거기서 조금 더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연보정이 나타난다.
연보정 아래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그 연못에 물을 공급하는 우물이 바로 연보정이다.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 김서현 공이 신라 시대 만노군 태수로 있을 때 치소(治所)에서 사용했던 우물로 전해지고 있다.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식수와 생활용수의 대부분을 우물에 의지했다.
자신의 몸에 우물을 간직한 사람도 있다.
말하거나 웃을 때에 두 볼이 움푹 들어가는 자리 볼우물, 바로 보조개다.
‘아가야 방긋 웃는 얼굴에 볼우물이 옴폭 패였습니다. 아가야 방긋 볼우물 속에 웃음이 가득 고였습니다(동요 볼우물 중에서)’나‘그 볼에 바늘로 콕 찍어 놓은 것 같은 보조개를 만들며 아기가 방긋 웃었다(박완서 / 소설 미망 중에서)’처럼 보조개는 상대방까지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100여 가구가 살던 고향에는 3곳의 동네우물이 있었다.
땅속 부분을 돌로 동그랗게 돌려 쌓은 뒤 지상부를 시멘트로 마감한 윗말과 중말의 우물은 크기가 작고 아담했다.
그와 달리 아랫말의 우물은 사각으로 처리한 제법 커다란 우물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우물가는 빨래터이기도 했으며 동네 누이들과 어머니들이 수다를 떨며 삶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장소이자 정보가 오가는 통로이기도 했다.
겨울이면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던 물이 우물벽을 타고 흘러내리다 얼음이 되어 벽에 붙어 있었다.
개구쟁이들이 나무 막대로 그 얼음을 깨뜨리면 누나들이 두레박으로 능숙하게 그 얼음조각을 받아 내어 함께 깨물어 먹곤 했다.
지금처럼 상수도가 집집마다 들어오기 전에는 집마당이나 우물이 있던 곳에 전기 물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거나 수동펌프를 설치해서 손으로 펌프질해 물을 얻었다.
수동 펌프를 오래 쓰거나 방치하면 공기가 새어 나가 물이 잘 나오지 않는데 이때는 마중물이라고 해서 물 한 바가지를 붓고 펌프질을 했다.
처음에는 마중물만 나오지만 한참 펌프질을 하다 보면 시원한 지하수가 나왔다.
흔히 저 밑바닥 샘물을 마중 나가서 데려온다 하여 마중물이라 부른다.
마중물은 단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이다.
그러나 그 적은 양의 물이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샘물을 끌어 온다.
코로나19로 우리네 일상이 비틀거리자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마중물의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전력이 국내 해상풍력 관련 44개 기업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한전의 대규모 해외 사업 경험과 수준 높은 송배전 기술 및 풍부한 연구개발(R&D) 자산을 바탕으로 국내 해상풍력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주택 공급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기회도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나없이 어려운 시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해보자.
우리 모두 가슴 속에 깊게 파놓은 볼우물로 서로를 미소 짓게 하는 것은 어떨까?
서로의 갈증을 채워주는 단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