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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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4.19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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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코로나19 예방에 효능이 있다는 과장된 보도를 믿고 투자했다가 닷새만에 원금의 33%를 날린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남양유업의 주식을 산 사람들이다. 발단은 지난 13일에 열린 한 심포지엄 행사였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불가리스를 공동개발한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과 함께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78%의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초청을 받고 행사에 참석했던 기자들이 발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자 남양유업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당일 8.57% 급등한 주가는 다음날인 14일 오전 상한가 근처인 28.68%까지 폭등했다가 해당 보도가 인체와는 관련없는 동물 대상 실험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일까지 4 거래일 동안 최고점 대비 48만9000원에서 32만6500원까지 33%나 급락했다.

`가짜 뉴스'를 믿고 최고점에서 주식을 산 사람의 경우 원금의 3분의 1 토막 손실을 본 것이다.

특히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자 보다 개인들의 손실이 컸다. 14일 주가가 48만9000원까지 올라갔다가 36만500원으로 하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탈 때 개인들만 털렸다. 이날 개인들의 순매수 금액은 8392억원이었는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588억원, 3928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최고 높은 가격대에서 `개미 투자자'들만 상투를 잡은 셈이다.

네이버 등 포털의 주식 토론방에서는 `난리'가 났다. 주가 조작을 의심하는 주주들의 성토장이 됐다.

포털 다음의 한 증권 카페 회원들은 `허위광고 행위와 주가 조작 여부를 수사하라', `뉴스 믿고 주식을 산 사람들은 어디에 하소연 해야 하느냐'며 남양유업과 언론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주가 조작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 남양유업의 주가는 `불가리스 효과' 발표 2거래일 전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8일 30만6000원이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이튿날인 9일 32만8000원으로 7.19% 급등했으며 12일 6.71%, 13일 8.57%로 거침없이 오르기만 했다.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효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의 내용을 이미 누군가 알고 주식을 매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언론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도 당연하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이번 불가리스 관련 보도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대부분 면밀하게 내용을 분석하지 않고 그대로 주최 측이 뿌린 보도자료를 인용해 작성한 기사로 온라인에 전파됐다.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기자들도 보도자료만 보고 베껴 쓰거나 남이 쓴 기사를 `드래그'해서 갖다 붙인 경우까지 있었다. 뒤늦게 `사실적인'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됐지만 투자자들로서는 이미 엎질러진 물잔. 고점에 주식을 매입해 손실을 입고 난 다음이었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5일 남양유업을 경찰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혐의로 행정처분과 함께 고발했다.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역시 투자자들 입장에선 사후약방문이다. 회사에 대한 어떠한 행정처분과 형사 처벌로도 원금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없을 터. 상장회사의 어처구니없는 과잉 홍보와 이를 입증 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한 `드래그 언론'들의 행태. 증권시장에서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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