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이 문화재라니
내 땅이 문화재라니
  • 명승렬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3팀장
  • 승인 2021.04.18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명승렬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3팀장
명승렬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3팀장

 

문화재 조사연구기관에 근무하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에 대한 조사비용과 기간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은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다가 공사지역이 문화재 유존지역이어서 문화재 조사를 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은 분들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에 크게 당혹스러워하신다. `그 땅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았고,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어도 문화재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다. 문화재라고 하면 오래된 탑이나 불상, 혹은 박물관에 진열된 유물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땅에 이름도 생소한 매장문화재라니…. 더구나 그것 때문에 계획했던 사업에 차질이 생기다 보니 반발과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매장문화재는 엄연히 법률로 보호되는 문화재이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매장문화재는 토지 또는 수중에 매장되거나 분포된 유형의 문화재 등을 의미하며, 이는 원형을 유지하고 후대에 계승해야 할 존재이다. 따라서 가능한 원형을 유지하되, 부득이하게 보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기록보존을 남기고자 발굴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법률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국토개발 사업부터 민간인들이 시행하는 소규모 건설공사까지 모든 개발행위에 적용된다.

대규모 사업은 문화재 조사비용을 별도로 책정하지만, 매장문화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민간개발 사업자들에게 문화재 조사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 것이다. 각종 매체에서 문화재가 출토되어 사업을 포기했다든지, 문화재 조사 때문에 공사 일정이 지연되었다는 등의 소식을 간간이 접하면서 민간개발업자들에게는 문화재가 엄청난 걸림돌과 근심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화재 조사에 드는 비용조차 사업주체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혹 문화재가 발견되더라도 소유권이 국가에 있으니 그 당혹감은 오죽할까.

이처럼 매장문화재로 인한 국민의 불편이 커지자, 문화재청에서는 매장문화재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누구나 쉽게 매장문화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문화재 공간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만일 개발사업을 시행하기에 앞서 해당 지역에 매장문화재 여부를 확인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당혹스러운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해당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내용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할 경우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정보공개를 신청할 수도 있다.

매장문화재 조사에 있어 국민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은 조사비용을 개발행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재인 문화재를 조사하는데 왜 그 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과 공공재인 문화재가 파괴 및 훼손되는 원인을 개발공사를 추진하는 사업자가 제공했기 때문에 조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2015년부터 국가에서 민간개발사업에 따른 문화재 지표조사 비용을 지원하면서 국민의 부담을 조금 덜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개인 또는 영세사업자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에서 단독주택, 농어업시설, 개인사업자의 건축물, 공장을 추진할 때는 소규모 발굴도 지원한다. 해당 내용은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조사연구단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꼭 참조하시길 바란다.

이처럼 국민과 매장문화재와 함께 공존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은 앞으로도 점차 확장될 것이다. 비록 아직은 모든 국민의 불편을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치 않지만 언젠가는 이 노력이 결실을 이루어 국민도 문화유산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시절이 올 것이라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