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당당하게 비판하려면
일본을 당당하게 비판하려면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4.1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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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난 1993년 10월 러시아가 핵잠수함에서 생긴 핵폐기물 900톤을 홋카이도 인근인 동해에 방출하자 일본은 해양환경을 파괴하는 비인도적 행위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에 동의하며 러시아를 압박해 더 이상의 투기를 막아냈다. 그러나 28년이 지난 지금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137만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나섰고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이웃국가의 항의에는 귀를 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허용 기준치 이하로 정화해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제거할 수 없다는 `삼중수소'가 문제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체내에 축적되면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정화수를 내보내니 문제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한다. 그러면서 한국이 요청하는 정보와 자료 공개는 꺼린다. 방류 결정과정에서의 무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IAEA(국제원자력기구)와는 긴밀하게 교류하며 박자를 맞춰가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이웃이자 그동안 일관되게 오염수 방류를 반대해온 한국과는 한마디 상의조차 없었다.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IAEA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직접적 피해를 보지는 않을 유럽은 방관하는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등 당사국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일본에 보다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겠지만 국가간 사법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이번에 IAEA의 암묵적 지지를 얻어낸 것처럼 국제기구를 구워삶는 데는 천부적 재능을 발휘한다.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일본에 맞서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양오염과 관련한 우리의 자화상도 냉정하게 돌아봤으면 좋겠다. 연전에 미국 CNN방송이 경북 의성군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에 방치된 거대한 플라스틱 무더기를 보도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이 방송은 폐플라스틱이 큰 산을 이뤘다며 플라스틱 1인당 최대 소비국의 한 단면이라고 소개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1년에 생수 페트병 96개(1.4㎏), 일회용 플라스틱컵 65개(0.9㎏), 일회용 비닐봉투 460개(9.2㎏)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활용률은 22.7%에 그쳤다. 나머지 중 상당량이 바다에 버려져 해양을 오염시키는 중이다.

바다에 투기된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며 미세한 조각으로 부서진다. 해양 오염의 주범은 이 미세플라스틱이다. 자체 독성을 방출해 바다를 오염시키지만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 등 바다의 독성물질을 흡착해 스스로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 되돌아 온다. 물고기의 35%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한다. 눈에 띄지도 않는 미세플라스틱은 말할 나위도 없다. 플라스틱을 흡입한 물고기가 식탁에 오르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금과 조개류, 물고기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바닷물 뿐만이 아니다. 미국 타임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수돗물의 8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대표적 생수 11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버린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셈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2022년까지 플라스틱을 포함한 1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기로 했지만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높아졌다. 줄기는커녕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이 급증한 탓이 크지만 정부가 어떤 정책수단을 동원했는지, 의지는 있었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해양오염을 부추기는 일본을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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