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삶
지혜로운 삶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4.1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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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지혜롭고 멋진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말을 할 때, 다음의 세 가지를 중시하는데, 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진실이고 사실인가? 둘째, 하고자 하는 말이 진실이고 사실일지라도, 지금 여기서 그 말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셋째, 진실이고 사실이면서 꼭 말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도, 듣는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가 등이 바로 그 세 가지다.

인격이 바닥이거나,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하고자 하는 격앙된 감정 상태만 아니라면, 의식이 고양된 대개의 현대인은 자신의 명예나 최면을 위해서라도 사실이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나름 친절하게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마음이 0점 조정되지 않은 가운데, 기억 뭉치인 업식의 노예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부지불식간에 팔이 안으로 굽듯이, 자신에게 남는 장사를 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말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견강부회(牽强附會)하게 된다.

개들에겐 1억짜리 수표가 아닌, 뼈다귀가 더 큰 매력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수표보다 뼈다귀를 물고 달아나는 행위가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 자신에게 수표 한 장 주는 사람보다, 뼈다귀 하나를 던져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면서, 최대한 친절하게 꼬리를 살랑거리며 감사하는 것이 개들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가치 있는 삶의 덕목들을 잘 알고 있는 것도 귀한 일이다. 그러나 각자의 업식에 따른 우물 속에 갇혀, 각자의 인생관 및 삶의 철학을 기준으로, 각자 나름의 사실 여부와 필요성을 판단한 뒤, 각자 나름의 친절을 베풀지만, 팔이 안으로 굽듯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사실을, 필요할 때, 친절하게 말하라는 좋은 말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좁은 주견을 벗어 던지고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지공무사한 마음을 회복한 뒤에 팔이 안으로 굽는 일이 없이, 사실이고 필요하며 친절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출렁거리는 호수 표면에는 주변 풍광이 있는 그대로 비추어지지 않는다. 0점 조정된 지공무사한 마음이 아니라면 출렁이는 호수 표면처럼, 목전 상황을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시키기 쉽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0점 조정이 되지 않은 저울이라면 정확하게 무게를 재기 위한 그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목전의 상황을 왜곡함 없이 정확하게 본 뒤에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선, 과거의 기억 뭉치인 업식(業識)의 노예를 벗어나,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깨달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온갖 주견을 비워내고 갓난아기 같은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야 한다.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순수 의식인 양심(良心) 또는 지공 무사한 마음을 회복해야만, 고요한 호수의 표면처럼 목전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정견(正見)을 할 수 있다. 나 없음의 지공 무사한 마음에 따른 정견이 전제돼야만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면서 행복할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나의 마음은 어떠한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있고, 어떤 우물 속에 갇혀서 세상을 왜곡되게 보며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말들을 하고 있는가? 나의 마음은 고요한 호수의 표면처럼,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고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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