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몸부림
희망의 몸부림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1.04.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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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고통스러운 몸짓이다. 차가운 날씨인데도 신경 쓰지 못하고 현관에 두었던 고무나무가 잎을 모두 떨구어 버린 다음 일어난 일이다. 그제야 놀란 마음으로 거실 한쪽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아직은 생명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에서 보살피기로 했던 것이다. 볼 때마다 애처롭고 미안하다.

며칠이 갔다. 가지 끝에서 무언가 보였다. 보송한 눈을 뜨는 듯 연둣빛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잠자리 날개처럼 잎을 감싼 겉옷까지 걸치고 있다. 신기했다. 다시 생명의 용트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실한 가지와 잎을 내밀어 보일 때는 당연히 그러려니 했었지만 막상 끝을 보여주던 모습은 지나칠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여겨 관찰을 한다. 자세히 보니 첫 번째 잎 옆에 또 하나의 동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올까. 행여 다칠세라 눈 맞춤 하는 일도 조심스럽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지나가고 있었다. 제발 잘 살아 내라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말 못하는 식물과의 교감이라지만 흔히들 칭하기를 바로 반려식물이라는 것이 이런 경우인가 보다.

생명을 보았다. 살아내려는 의지를 보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안과 밖의 세상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일 되풀이 되는 삶인 것 같아도 그 속에는 모두가 다르고 무수한 갈래와 갈등의 씨앗들도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죽은 듯해도 살아 있는 생명, 살아도 죽은 것처럼 희미한 생명들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산다는 것은 여전히 거룩한 표현들의 일색이다. 어디 식물에서만 그것을 발견하랴. 문득 우리가 사는 마당도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모두가 귀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환희를 향해가는 그림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무거운 시간을 헤치고 봄은 다시 찾아왔다. 밖으로 나와 보라며 손짓을 해대니 거부할 수가 없다. 걸음을 떼니 온통 마스크 세상이다. 그래도 좋았다. 집안에서 작은 식물의 몸부림을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발견하기에 눈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날따라 오일장 마당인 만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좁은 길에서 발견한 것은 모두가 생명이었다. 느리게 움직이던 심장과 폐부에 새로운 화살이 닿는 느낌이다. 소소하지만 날마다 이렇게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습관에 길들여지고자 한다. 암울한 현실이 스밀지라도 극복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승리의 길로 가는 지름길은 쉽게 다가오리라 믿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지금은 희망을 향해 몸부림치는 시간이다. 남녀노소가 구분이 없다. 나 역시 긴장된 가운데 마음을 단단히 여미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여전히 가지 끝에 매달린 연한 잎사귀가 말을 하고 있다. 가까이 귀 기울이며 눈 맞춤 하는 동안 의지의 언어가 가슴에 쌓인다. 작은 사건이었지만 지금의 환경을 통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며 응원하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절망을 넘어서서 희망으로 가는 중인만큼 모두 한마음이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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