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1.04.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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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얼마 전 도서관에서 톨스토이를 만났다. 그는 우리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물었을 때 무척 궁금해했다. 그 언젠가 신의 명령을 거역한 천사가 미하일이라는 인간이 되어 알몸으로 들판에 버려졌다. 아울러 신은 그에게 신의 세 가지 말뜻을 알게 된 뒤에 하늘로 돌아오라 하였다. 한편 그때 구두 장인 세몬은 마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배당 벽에 벌거벗은 채로 기대어 배고픔과 추위에 지쳐 있는 남자를 보았다. 세몬은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껴 그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 입힌 다음 그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낯선 남자를 본 세몬의 아내 마트료나 또한 미하일을 내쫓을까 하다가 왠지 가엾은 생각이 들어 그를 받아 주었다. 세몬 부부로 인해 미하일의 첫 번째 미소가 떠올랐다. 사람 속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사실이었다. 세몬과 함께 일을 하며 지내던 미하일은 어느새 1년의 세월이 지나갈 무렵 어떤 신사가 젊은이와 함께 세몬을 찾아와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신사의 등 뒤에서 죽음의 천사를 보게 된 미하일은 장화를 만들지 않고 죽었을 때 신기는 슬리퍼를 만들었다. 이것을 본 세몬이 미하일에게 신발을 잘못 만들었다고 나무라고 있을 즈음에 조금 전 신사와 함께 왔던 젊은이가 돌아와 장화 대신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그 신사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그 신사로 인해 미하일의 두 번째 미소가 떠올랐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것이었다. 사람에게는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힘이 주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느덧 6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미하일은 아직도 신의 세 번째 말씀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한 여인이 쌍둥이 두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미하일은 두 아이를 보는 순간 6년 전의 일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때 신은 미하일에게 어느 산모의 영혼을 데려오라고 명령하였다. 하지만 미하일은 아이들을 위해 애원하는 그 어머니의 말을 믿고 결국 신의 뜻을 거역하였다. 그럼에도 신은 그 여인의 영혼을 가져가고 말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그들을 낳은 어머니가 없어도 다른 여인의 손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남의 아이들 때문에 감동해서 눈물을 보였을 때 그 여자 속에서도 살아계신 신의 모습을 보게 되자 미하일의 세 번째 미소가 떠올랐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깨닫게 된 것이었다. 사람은 사랑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의 세 가지 말씀을 깨닫게 된 미하일은 신에게 용서를 받고 세몬과 작별을 나눈 뒤 하늘로 돌아갔다. 톨스토이 또한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남아있는 것은 그가 말한 사랑뿐이었다.

인간이란 존재가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사랑일 것이다. 그 이유는 당신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묻는다면 그 대답이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톨스토이는 사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일까 그는 사랑을 인간 순수 본연의 진실에서 호소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고리를 연결하는데 왜 사랑이 존재해야 하는지 그 정체성에 대한 가치를 묻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존재 가치의 이유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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