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시대 도시가 미래로 가는 길
포스트 코로나시대 도시가 미래로 가는 길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13 2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코로나19의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은 시작되었지만 집단면역은 아직 요원하고, 활동이 위축되면서 살림살이의 형편 또한 갈수록 위험하다. 사람들의 소비 형태도 크게 달라져 배달음식이 성행하고 도심상권은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서울지역 1009개 골목상권의 월평균 매출액을 분석한 자료에는 도심상권의 심각한 위기가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외곽지역의 골목상권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코로나가 바꾼 도시의 상업 지형도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가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와 함께 코로나 확산 시기의 골목상권 월매출 분석 자료에는 전통적으로 강세지역이었던 마포, 용산, 종로 등 도심 인접 지역의 경우 최고 81.6%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열세지역으로 분류되는 금천구와 은평, 동대문, 양천 등 도심 외곽에 위치하면서 주거지 인접 지역의 경우 50%대의 매출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선방 상권'으로 분석되고 있다. 거리두기의 장기화와 외출자제의 코로나 효과가 상권에 반영되면서 관광객과 직장인 중심의 도심과 업무중심 지역은 타격이 크고, 거주지 주변 골목상권은 충격이 덜하다는 것은 코로나 이후 도시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치열한 갑론을박의 사후약방문이 난무하고 있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결과를 떠나 나는 각각 공약으로 제시된 서울의 `21분 도시'와 부산의 `15분 도시'에 주목한다. 도시의 특성과 사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21분·15분 도시'는 대도시를 소규모의 생활권으로 나누어 각각의 제시된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시민의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충족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처럼 주거 환경권을 중심으로 도시를 재구조화하는 구상을 `다핵 분산형 도시'의 개념이라고 하는데 팬데믹 시대에 대비하는 도시의 대안적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00분 도시'모델의 원조는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이다. 2014년부터 파리 시장을 맡아 오다가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 시장은 파리의 첫 여성시장이다.

안 이달고 시장은 2020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15분 도시(La Ville du quart d`heure) 파리'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토연구원이 발행한 <국토 이슈 리포트 제32호>는 그녀의 `15분 도시'정책을 근거리 서비스에 기반한 도시, 도시 내 지구 (혹은 동네)주민끼리 길에서 서로 만나기 쉽고, 함께 생활환경을 가꾸며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도시를 지향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집에서 15분 이내에 서점, 식료품 상점을 비롯한 다양한 소점포와 학교, 문화시설, 의료시설, 공공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도시 △근거리 서비스 기반과 더불어 주민 간의 자발적인 협력 환경의 조성과 이를 위한 자치단체 주체와 민간협회, 주민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일의 도시 파리(Le Paris de demain)'로 상징되는 안 이달고 시장의 정책 공약에는

`15분 도시'외에도 △도보와 자전거로 통행하는 푸른 도시 △연대의 도시 △모두에게 평등한 파리의 약속 등이 담겨 있다.

율량동에 사는 내가 청주대 예술대를 거쳐 우암산 순환도로-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의 경로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아침 산책길은 2시간 정도 걸린다. 걸어서 두 시간 안에 원도심의 절반과 신흥 택지개발 구역까지 두루 거치면서 산과 냇물의 자연환경도 만끽할 수 있고, 그 안에 의료시설, 학교, 관공서, 도서관, 시장, 영화관 등이 두루 갖춰져 있으니 청주는 이미 `00분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충분하다.

다만 어떻게 자동차를 줄이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정책적 고민과 실천을 향한 의지, 그리고 시민의 이해와 참여만 있으면 된다. 그 전에 통계 과학적 상권분석을 통해 핫 플레이스에만 쏠리는 흐름을 다핵 분산화 도시로 바꾸는 도전은 어떤가. 긴 코로나19를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도시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