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공정하다는 착각
  •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4.12 2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면 된다!'라는 말을 맹신했다.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 성적이 상위권에 들지 못했고, 취업의 실패도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뇌의 1%도 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능력이 향상되거나 일을 완수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여겼다. 세상의 모든 일은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무슨 좌우명처럼 여기고 지내왔다. 참 피곤한 인생이었다.

한참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에 자주 찾던 인터넷 카페가 있었다. 도서관계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각종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올라오는 채용공고에`내정자 있어요.'라는 댓글은 노력해서 안 되는 것들이 존재함을 느끼게 했다. 내가 가진 학력과 능력이 참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끊임없이 배우고 능력을 쌓으면 원하는 결과와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누구나 능력에 따른 이익을 받아야 하며 더 나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이다. 이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믿었다.

도서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2020)은 내가 애써 외면하고 보려 하지 않았던 능력과 학벌주의의 오만함을 깨닫게 해줬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계속 되고 부모님 찬스로 쉽게 능력을 쟁취하는 경우가 종종 뉴스에 나온다. 이런 경우들이 드라마 속에서 왕왕 나오는 것처럼 항상 존재하던 것들이지만 불공정하다 해서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속에 내가 들어갈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었다. 누구든 노력하면 바늘구멍 같은 기회라지만 그들만의 세계에 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회와 능력을 과연 나만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일까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정에 태어나고, 더불어 사교육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부유함과 물려받는 자산도 자신의 능력인 것일까? 저자는 능력주의 문제는 자신이 얻은 능력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에 대해 실패자라 여기고 능력에 대한 보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의 능력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졌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능력에 대한 `겸손'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능력주의, 학벌주의를 타파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물건을 잘 고치는 능력이, 누군가는 공부를 잘하는 능력, 또 다른 누군가는 무엇이든 깨끗이 하는 능력. 이 능력에 대한 보상을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어떤 능력을 왜 물질적으로 높게 보상해줘야 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내 마음과 머릿속은 계속 도돌이표처럼 묻고 또 묻는다.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40년 넘게 능력 제일주의로 살아온 내가 당연하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 능력은 정말 늘 공정하게 쟁취한 것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