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은 국제 범죄다
인종차별은 국제 범죄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4.12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서양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잇따르면서 인권문제가 국가 간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동서양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업소를 돌며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숨진 8명 중 한국여성 4명을 포함해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었고, 범인은 단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메리카 드림을 안고 타국에서 힘든 시간을 버티며 살아가던 평범한 이민자들의 꿈이 인종차별로 송두리째 무너졌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는 최근 들어 나이, 지역, 소득,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뉴욕 거리에서 흑인 남성이 60대 아시아 여성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고, 뉴욕의 한 쇼핑몰에서는 80대 아시아 노인 여성을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주에선 반려견과 산책하던 60대 아시아계 여성이 이유없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아시아계 주민이 사는 주택가나 사업장에는 인종차별적 낙서와 방화에 이어 당장 떠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문이 버젓이 돌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세계를 리더한다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 아시아계 사람들은 자구책으로 총기를 구입하고, 아시아인들이 거리를 다닐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안전을 돕는 활동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또한, 아시아계 인사들은 미국 뉴욕 법원 앞에서 인종 차별을 중지해달라는 기자회견도 열어 현 상황에 대한 위험성을 알렸다. 그럼에도,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와 증오는 확산하는 분위기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불안해 주변을 살피는 아시안인들, 국가의 보호막이 미치기 어려운 그들에게는 하루하루 공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여론기관 서베이몽키가 지난달 아시아계 증오범죄와 관련해 여론기관의 설문조사를 보면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벌인 `증오범죄나 괴롭힘과 차별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가 71%가 증오범죄를 당한 적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신고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선 61%가 `보복의 두려움'과 `정의구현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들며 신고가 걱정된다는 응답이었다고 한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가 되었지만, 미국이 강대국으로 우뚝 서기까지 다양한 이민족들은 그들의 경제 성장에 원동력이었다. 이제 경제 성장이 주춤하면서 마치 이민족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살기 각박해졌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수 정치로 몰아가는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인종차별과 혐오, 증오를 키우는 것이다.

강대국들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인종차별 문제에 엄격해야 한다. 코리아 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받는 우리 교포이기도 하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국가와 개인이 모두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

세계인권선언의 첫 조항은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명시하듯 인종차별은 국제 범죄다. 누구도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위협을 받아선 안 된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게 뿌리내린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모든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