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행복
뇌와 행복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1.04.11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식물은 서 있고 동물은 움직입니다. 식물은 움직이면 죽고, 동물은 서 있으면 죽습니다. 뇌는 동물에게만 있습니다. 그러니 뇌는 동물만의 특징이고 움직임의 이유가 됩니다. 식물은 뿌리로 물과 양분을 흡수하고 햇볕을 이용해 광합성을 합니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고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동물은 광합성이 불가능합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식물이나 식물을 섭취한 다른 동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동물은 먹을 찾아 움직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면 에너지를 얻지 못하고 생명 유지가 불가능해집니다.

움직이려면 몸의 모든 영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협력을 위해서는 정보 교환이 필요하고 몸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신경계가 출현했고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뇌가 필요했습니다. 뇌는 생존에 필요한 최적의 움직임 설계를 위해 존재합니다.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생겨난 것은 원시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 `뇌간'입니다. 뇌간은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이 원시적 뇌 위로 변연계라는 새로운 뇌가 만들어집니다. 어느 정도의 기억과 분별을 할 수 있고 감정을 느낍니다. 변연계의 발달로 보다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해졌습니다. 포유동물이 가진 뇌 구조의 특성이기 때문에 `포유류의 뇌'라고도 부릅니다.

인간 뇌의 특징은 변연계 다음으로 만들어진 대뇌피질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전두엽입니다. 대뇌피질에서 전두엽이 차지하는 비율이 중요합니다. 고양이는 3%, 침팬지는 11%, 사람은 30%로 사람이 가장 비율이 높습니다. 전두엽 크기 비율은 운동 반응을 지연시키는 능력과 비례합니다. 움직임을 출력하기 전에 이전 경험과 감각 입력을 비교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행동을 설계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각'입니다. 인간의 뇌가 본능과 감정을 뛰어넘어 생각과 사유를 할 수 있게 진화한 것이 인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행복은 움직임을 유도하는 보상체계입니다. 움직임에 기쁨이라는 보상을 주어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촉발합니다. 파충류의 생존 욕구인 뇌간이 만족하면 행복해집니다. 먹을 것을 찾고 자손을 남기는 性적 행동의 본능적 움직임에 보상으로 주어지는 행복입니다. 포유류의 생존 욕구인 변연계가 만족해도 행복합니다. 진화의 과정에서 모인 오래된 공포의 기억을 달래줍니다. 감각이 주는 정서적 기쁨을 추구하기 위한 움직임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행복입니다. 술과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다양한 감각적 행복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인 생각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만족하면 더 행복해집니다. 생각과 사유는 의미와 가치에 집중합니다. 희생과 봉사, 인내와 헌신 같은 인간 고유의 행동을 수행했을 때 주어지는 행복입니다. 뇌간의 행복인 `충분'은 영원히 채울 수 없고, 변연계의 행복인 `쾌락'은 중독이 됩니다. 전두엽의 행복인 `앎'만이 우리를 지속가능한 삶으로 나가게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