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경쟁으로 진일보할 때
쇄신 경쟁으로 진일보할 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4.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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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승리의 축배가 곡소리로 바뀌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얻은 180석(더불어시민당 17석 포함)은 축복이 아니라 화근이었다. 그들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의석을 허락한 유권자의 실책이기도 했다. 2016년 4월 총선부터 전국단위 선거 3개를 내리 이긴데 이은 전대미문의 압승은 이미 고질이 된 민주당의 오만에 독선까지 보탰다. 선거 결과를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주저없이 밀어붙이라는 주문으로 오판하고 `유아독존'의 길을 질주하다 이번에 전복사고를 맞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호기를 맞았다. 대선을 앞두고 지리멸렬한 보수의 재건과 규합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교두보를 구축했다. 그러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며 한 말처럼 상대의 자살골로 주운 승리였다. 2030과 중도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패배를 안기겠다는 목표 하나로 응징 투표에 나섰다. 안된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비교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민주당을 대체할 정당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민주당을 혼내주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작동했다. 패배한 민주당 못지않게 많은 숙제를 떠안게 된 승리였다.

패자는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승자를 확신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로 내년 대통령 선거 판도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그때까지도 국민의힘 그늘에 머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폭발한 유권자의 분노를 달래고 신뢰를 회복한다면 판세는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 승자와 패자 모두가 준엄한 경고를 받은 이번 선거는 우리 정치가 퇴행을 멈추고 진일보할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당 모두 치열한 쇄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 실천이 승리의 관건이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민주당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겸허하게 받들고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당이 참패할 때마다 연출하던 익숙한 풍경이다. 한 최고위원은 언론을 타박했다. 언론의 편파적 보도로 오세훈의 내곡동 문제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참담한 패배를 당하고도 남 탓을 할 넉살이 남아있다니 놀랍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관행적 형식과 엉뚱한 분석은 태도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초선 의원들이 낸 구구절절한 반성문에서 이 대목이 눈에 띈다. “바뀌어야 할 당의 관행과 기득권 구조, 국민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오만과 독선, 국민 설득 없이 추진되는 정책들에 대해 더이상 눈감거나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민주당이 자신들을 심판한 유권자들의 목소리로 새기고 실천해야 할 경구이다.

국민의힘에 희망적인 것은 구성원 대다수가 이번 승리의 수훈갑이 민주당이라는 우울한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신만고 끝에 받은 밥상을 쉽게 걷어차지는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지지층이 확대됐지만 언제 보따리를 쌀지 모르는 불안한 우군이다. 이들을 붙잡아 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 유권자들의 잣대는 민주당만 겨냥했다. 그 잣대가 앞으로는 국민의힘으로도 옮겨간다. 도대체 한 일이 뭐냐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의제로 새로운 전장을 맞이해야 한다. 아파트 전세가를 23%나 올려받고도 “우리 당은 임대차법에 반대했다. 낮게 받으면 이웃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해명하는 수준의 정치로는 결코 승기를 이어갈 수 없다.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내년 대선 때까지 식지않기를 기대하며 비방전으로 날을 새서도 낭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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