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에 관용은 없어야
무책임에 관용은 없어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4.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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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영국의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S. Eliot·1888~1965)의 `황무지'다.

엘리엇이 시를 통해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해석은 많다. 다만, 1차 세계대전(1914~1918년) 후 유럽의 황폐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렸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이면에는 봄이 오고 꽃이 피는 희망의 계절임이 분명하지만, 당시 유럽의 현실이 매우 절망적이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처참할 대로 처참해진 땅에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고, 되레 그 봄은 잔인해 보였을 테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 속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맞은 봄이라서인지 마음은 가볍지 않다. 잔인한 4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없다.

4일에도 신규 확진자 수는 500명대 중반을 나타냈다. 5일째 500명대를 이어오고 있다.

닷새 연속 500명대 기록은 지난 1월13~17일(561명→524명→512명→580명→520명) 이후 3개월 만이다.

전국적 확산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는 `4차 유행' 가능성을 공개 거론했다. 충북도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흥주점발 n차감염의 확산 여부가 가장 관건이다.

4일 유흥시설 관련자가 2명 추가 확진을 받으면서 청주시-음성군 유흥주점과 관련한 확진자는 18명이 됐다. n차감염은 유흥업소 20~30대 여성 종사자 5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아직 유흥업소 손님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밀폐된 공간에서의 밀접 접촉 가능성이 커 연쇄 감염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확진자들이 일했던 유흥업소를 이용한 손님들이 있지만, 선뜻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 신상이 알려질 것을 걱정해서다. 방역 수칙 위반 사실이 탄로 날 것도 검사를 미적거리는 이유다. 상당수 유흥업소는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한 방역 수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남성 손님 4명이 업소를 찾아 여성 접객원을 부르면 한 방에 무려 8명이 술판을 벌인다.

한동안 문을 열지 못해 매출에 타격을 입은 유흥업소에서는 손님을 내쫓을 수 없다 보니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이는 무더기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충북도가 유흥주점, 단란주점, 콜라텍,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 5종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나섰다.

도는 진단 검사 미실시 등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와 운영 중단 행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위반으로 발생한 모든 확진 관련 검사와 조사, 치료비, 방역 비용 구상 청구 등 강력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전 국민이 노심초사하며 지켜온 방역의 안전선을 무너뜨린 무책임한 이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방역 지침을 어겨 코로나19 확산을 야기하면 당국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침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과태료부과에 그친 현행법을 뜯어고쳐서라도 반드시 행동에 걸맞은 강력한 형사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자발적이고 엄격한 방역 실천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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