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먼저, 잉글리시는 그다음
한글이 먼저, 잉글리시는 그다음
  • 김동주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팀장
  • 승인 2021.04.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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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동주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팀장
김동주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팀장

 

한글은 세종대왕이 문자를 모르는 백성을 위해 만들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한글은 창제 때부터 모진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런 한글이 갑오경장 때 공식적인 국문으로 불리었으며, 주시경 선생에 의해 한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 왜인들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한글은 위기를 맞는 등 숱한 역경과 고난의 시기를 거쳐 오늘날 전 세계인이 찬탄하는 문자로 거듭나게 됐다. 그런데 요즘 한글 사용 세태를 보자면 영어로 인해 한글이 오염 수준을 넘어 사라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정도다.

얼마 전 방송을 보는데 한 출연자가 말끝에 “딥하다”라고 했다. 순간 처음 들어보는 “딥하다”라는 말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기에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깊은'이라는 뜻의 `딥(deep)'을 서술어 화한 것으로, 어떤 형태에서 다가오는 느낌이 깊이가 있거나 심오할 때 쓰이는 말'이라고 설명돼 있는 것이 아닌가. 영어 `deep'과 한글 `하다'가 합쳐진 신조어인 모양이다. 그러나 `깊다'라는 한글이 있는데 굳이 `딥하다'라고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요즘은 언택트 시대, 코호트 격리, 팬데믹, 코로나 블루, 블랜디드 러닝, 엔차 감염 등 코로나 관련 외국어·외래어가 넘쳐나고 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이 중 `언택트'는 영어를 쓰는 영국인들도 그 뜻을 모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신조어이기 때문이란다.

처음 `언택트'라는 말이 나왔을 때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써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요즘과 같은 전염병 유행 시기에는 더욱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학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말이다. 조상들이 피로써 지킨 한글의 우수성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는 마당에 한글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프랑스는 자국어 보호 정책에 있어 그 어떤 나라보다도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프랑스인은 자국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국에 여행 온 외국인이 영어로 말하면 영어를 할 줄 알면서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프랑스 말로 대답한다고 하지 않던가. 또한 프랑스의 거리 표지판, 대중교통 표지판에도 프랑스어만 적혀 있을 뿐 영어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21세기 들어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한글의 우수성과 위대함이 세계인의 가슴속을 파고들고 있기는 하지만 한글이 외국어·외래어로 오염되는 현실에서 한글이 그토록 위대하다고 입에 침을 튀기며 아무리 외쳐봐야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세종대왕이 그토록 추구했던 것이 백성들이 그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만큼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가 한글을 가꾸고 지켜야 한다. 한글은 우리 민족 고유의 문자로 그 어떤 나라도 민족도 가지지 못한 보물 중의 보물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한글이 먼저이고 잉글리시는 그다음임을 명심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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