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실무로부터의 단상
보훈실무로부터의 단상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1.04.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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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제가 새해부터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법률가로서 계속 유의미한 공익활동을 하기를 원하고, 보훈쟁송(국가유공자 등 등록신청 불허의 불복에 대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모두 포함합니다)의 수행과 보훈학회 활동을 통해 누구보다 자신 있게 봉사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 간절한 기다림이 통한 것일까요. 충북지방변호사회의 천거 때문이었습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수 개의 보훈지청이 있고, 우리 도에는 남부(청주에서 영동까지)와 북부(증평부터 단양까지) 보훈지청이 있습니다. 전국 보훈지청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는 건수가 상당합니다.

한 달에 평균적으로 주 3회 보훈심사회의가 있고, 당일 심사 건수는 기본 30건 내외에 이릅니다. 그러니 전국의 보훈지청에서 상정된 사안이 한 달에 최소 수 백건이 됩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된 많은 국민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유공자는 으뜸인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민주화운동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고엽제피해자, 보훈보상대상자 등 다양한 유형이 있고, 각 관장하는 법률이 따로 있습니다.

보훈심사 때마다 경건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최소 1건이라도 구제해 보리라는 마음으로 임합니다. 국가를 위한 희생에 비하면 역부족인 건 사실입니다. 법에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자의 특별한 희생을 추정(推定)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등록 신청자가 국가유공으로 인한 희생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결정적인 난점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미국의 보훈법체계와 다른 부분입니다. 군이나 병원에서 의무기록자료가 종종 남아 있지 않은 50년대에서 70년대에 희생되었다는 것을 주장할 때가 어렵습니다. 당시 시대상황상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근거자료가 부족하니 유공사실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분들이 실제로 국가유공자의 으뜸인 독립 및 참전 유공자일 것임에도 역설적으로 최근 호시절에 군복무를 한 경우라면 국가유공자를 인정받기란 매우 수월하게 됩니다. 결국 과감한 입법정책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유공사실 및 상이(傷痍)만 입증하면 원칙적으로 국가유공자를 추정하고, 허위사실임을 국가가 입증하도록 하여 입증책임을 국민에서 국가로 전환하게 되면 획기적으로 국가가 희생된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도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가 존재목적을 잃고 그 역할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2018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되면서 진지한 양심에 기대었다면 총을 들지 않아도 되고, 국방의 의무조차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즉에 국가의 부름에 응하였다가 희생되었다면 응당 국가가 책임지고 모두 더 특별히 예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였다고 보훈을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형평의 의미를 더 헤아려 할 것 같습니다.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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