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공정한 소비를
환경에 공정한 소비를
  • 김경아 청주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21.03.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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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경아 청주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김경아 청주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나는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배출하려고 신경 쓴다. 나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시민에게만 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외식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일이 많다 보니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가 너무나 많이 나온다. 음식물이 묻은 용기는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회용 용기를 일일이 닦고 있으면 그럴 거면 음식을 해먹는 게 덜 귀찮겠다는 가족의 핀잔을 듣기도 한다. 물론 닦아내기 힘든 것들은 어쩔 수 없이 일반 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는 것도 꽤 많다. 그럴 때는 내가 버린 쓰레기 때문에 환경이 더 빨리 오염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저렴하게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없다. 물건을 싸게 만들고 구입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만드는 공정에서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시설을 완벽하게 구비하기 힘들다. 이제껏 내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선택의 기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제품의 가격이었다. 그런데 과연 저렴하면서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 과연 `그렇다'라는 답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언젠가부터 `공정무역', `공정관광'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도록 생산자에게 유리한 무역조건(공정한 대가)을 제공하는 것,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요즘처럼 `쓰레기 대란', `쓰레기 독립'등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나는 때 우리가 환경에 공정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했다면 버릴 때 내가 귀찮더라도 라벨을 떼어내고 헹구고 다른 재질이 부착돼 있으면 일일이 분리해 버리면 된다.

어느 CF의 `용기맨'처럼 항상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용기를 갖고 다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모든 용도에 맞는 용기를 갖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것들이 귀찮다면 그런 과정들이 최대한 생략 가능한 소비를 하면 된다.

어느 날 택배를 받았는데 상자에 비닐테이프 대신 종이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이 쇼핑몰은 환경에 신경 좀 쓰나 본데'라는 생각으로 상자를 열어보니 완충재로 재생종이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날은 일일이 비닐 테이프를 제거하는 번거로움 없이 종이테이프를 자르고 상자를 접어서 분리배출장에 내놨다.

얼마 전 받은 택배 아이스박스에는 젤로 된 아이스 팩이 아니라 물이 든 친환경 아이스 팩이 들어 있었다. 친환경 아이스 팩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물론 비닐 테이프보다 종이테이프가, 젤 아이스 팩보다 친환경 아이스 팩이 더 비싸다. 하지만 비닐 테이프를 떼어내는 수고와 환경오염을 복구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저렴한 것이다. 요즘은 기업들도 재활용률을 높이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라벨 제거가 쉽도록 라벨에 절취선을 넣고 아예 라벨을 없애기도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공정한 소비를 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주는 바른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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