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경쟁력 강화 계기 되길
K-콘텐츠 경쟁력 강화 계기 되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3.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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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지상파 방송사인 SBS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결국 퇴출당했다.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중국향 설정 방식의 스토리가 결국 방송 중단 및 퇴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드라마는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사극 대작으로 제작비만 무려 320억원에 달한다. 현재 80%까지 제작이 완료된 상황이어서 제작사로서는 이미 투입한 200여억원 대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작사는 물론 애꿎은 주식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게 될 처지다. 이 작품의 투자에 참여한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선구마사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의 모기업 YG엔터테인먼트와 방송사 SBS의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기준 1조2297억원으로 나타났다. 조선구마사 1회가 방영된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인 1조3014억원보다 716억원 쪼그라든 것이다. 해당 기간 YG엔터테인먼트는 5.63%, SBS는 5.24% 내렸다.

SBS의 손실은 전체 16회 중 남은 방영 일정이 있었던 14회분의 광고 손실을 고려하면 더 커질 전망이다.

조선구마사는 방영 초기부터 잡음이 크게 일었다.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는 내용과 중국의 `동북공정' 의도를 묵인하는 듯한 내용이 안방에 TV로 전해지자 시청자들이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왔다.

논란이 된 장면들은 여러 가지다. 드라마 1회에서 충녕대군이 평안도 의주에서 서양의 구마사제를 만나 음식을 대접하는데 조선의 땅임에도 불구 중국식 치장이 된 접대 장소와 월병과 피딴(삭힌 오리알) 등 중국식 음식이 등장했다.

2회에서는 연변 사투리로 농악무를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중국이 동북공정 차원에서 2009년 조선족 농악무를 자국의 인류 무형문화재로 등재시킨 점과 맞물려 논란이 일었다.

이밖에 태종이 환시를 보고 양민을 학살하는 장면을 비롯해 양녕대군과 충녕대군에 대한 묘사도 사실과는 크게 달라 비판을 받았다.

방송사가 결국 방영 중단을 결정하자 드라마 작가와 연출을 맡았던 담당 PD가 시청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작가와 담당 PD는 각각 입장문을 통해 `사려깊지 못한 글쓰기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최종 선택을 해야 할 연출자로서 스토리 구성이나 표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애꿎게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까지 사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감우성(태종 역), 장동윤(충녕대군 역) 등 출연한 스타들이 줄줄이 드라마에 참여한 것에 대해 `사려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죄송하다', `성찰하겠다' 등의 사과문을 SNS 등에 올렸다. 방송 생태계에서 `을'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배우들의 사과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막장'이란 비난을 받아도 시청률만 좋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며 거침없이 상스러운 말과 사회 규범상 용납할 수 없는 내용들의 드라마를 방영해온 방송사들. 또 그런 방송사에 매여 영혼 없는 작품을 쓰고 연출해 온 관계자들.

이번 사태가 우리 K-콘텐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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