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허탈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늘 허탈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3.28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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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1993년 고위공직자 재산을 처음으로 공개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많은 그들의 재산을 보고 국민들이 깜짝 놀랐었다.

실제로 파급력은 엄청났다. 이후 인사청문회 등에서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실사가 진행돼 부동산 투기 등의 부도덕성이 드러난 공직자들이 줄사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8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또다시 놀라고 있다. 세월은 흘렀어도 고위공직자의 재산은 `로또'에 당첨된 금액만큼이나 천문학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의 재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것을 보면 “부동산 투기를 잡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위정자들의 주장이 공허하다 못해 씁쓸하다.

최근 공개된 국회의원과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누구를 콕 집어 얘기하지 않더라도 지난 1년 새 1억원 이상의 재산증가는 일반적이었다. 오히려 재산 증감이 없거나, 줄어든 고위공직자를 찾는 게 빠를 지경이다.

문제는 위에 언급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재산증가 요인이 대부분 부동산이라는데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이나 세종에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소유하고, 다수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도 아닌 이들이 농지를 소유한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에서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이들의 재산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난해 69%에서 올해 70.2%까지 높인 뒤 연평균 3%포인트씩 올려 2030년까지 90% 선을 맞출 방침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감안한 이들의 재산은 30%쯤 더 올려 계산해야 한다는 셈법이 나온다.

그렇다면 2021년 충북의 수부도시 청주시에 거주하는 중산층의 모습은 어떨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전용면적 84㎡(34평형) 아파트를 무대출로 소유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요즘 청주권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900만원대 초반이고, 확장비와 옵션 등이 포함되면 34평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대략 3억3000만~3억4000만원쯤 된다. 여기에 승용차와 다소의 예금 등을 포함하면 대략 4억~5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이들을 청주지역 중산층으로 볼 수 있다.

소득기준으로는 중위소득자로 분류되는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487만6290원 이상이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충북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원한 `충북형 긴급재난생활비'지원대상은 도내 중위소득 100% 이하인 23만8000가구에 달했다. 도내 전체 72만2000가구의 약 3분의 1 규모다. 긴급재난생활비 지원대상자들에게 1억~2억원은 전 재산에 달하는 큰돈이다. 하지만 지역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겐 1년 새 늘어나는 재산에 불과했다.

많은 재산이 죄가 될 수는 없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재산형성을 나무랄 수는 없다. 공직자도 재테크할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라는 측면에선 고학력에 고위직, 해당 분야에서 성공한 개인능력의 표출이기도 하다. 가끔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조상의 은덕'이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허탈감에는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의 재산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충북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재산은 유독 서울 아파트에 집중돼 있다. 최근엔 전국적인 투자지로 떠오른 세종시 아파트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마저도 전체 공직사회를 투영하면 그저 이 시대의 일반적, 평균적 공직자의 모습일 뿐이다.

왠지 공직자들의 재산증가를 흘겨보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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